정권의 러시아 유착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선거 이후엔 내가 좀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블라디미르(푸틴)에게 말하라’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몰래 말한 사람이 누구냐?”는 글을 올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나눈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2012년 3월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을 하다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국방, 무기 감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이번이 나의 마지막 선거이다. 선거가 끝나면 나로서는 좀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푸틴은 2대 대통령을 거쳐 총리로 재임 중이었고, 그해 5월 다시 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새벽에는 트위터에서 “끔찍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승리 직전 트럼프 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 이것은 매카시즘!”, “매우 신성한 선거 과정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 전화를 도청하다니 정말 저급하다.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감이다. 나쁜(혹은 역겨운) 사람!”이라는 등의 글을 쏟아냈다.
그는 트위터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겨냥, “DNC가 자신들이 해킹당한 것을 안 뒤에도 관련 서버와 다른 장비에 대한 FBI(연방수사국)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냐? 그게 가능하냐?”고 꼬집었다.
워싱턴 관가에서는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이 갈수록 의혹이 심화하는 ‘러시아 커넥션’ 문제를 물타기 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정계복귀설이 나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케빈 루이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의 어떤 관리도 법무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어떤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명령하지 않았다. 그와 다른 어떤 주장도 거짓”이라고 공개로 반박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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