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첫 주러시아 대사로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유화 기조가 ‘러시아 커넥션’ 바람을 타고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어서 헌츠먼 내정자의 행보가 미러 관계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신임 주러대사로 헌츠먼 전 주중대사를 내정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백악관이 주 초반 헌츠먼 전 대사에게 주러대사직 내정을 타진했으며 그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헌츠먼 내정자는 미 외교가에서 폭넓은 신뢰를 받는 인물로 통한다. 지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직원으로 일하며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32세가 되던 1992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주싱가포르대사로 임명돼 100년 넘게 바뀌지 않았던 최연소 대사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공화당 소속임에도 주중대사에 임명됐다.
미러 관계의 방정식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그를 주러대사에 내정한 것은 그의 외교력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러 성향으로 출발한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관료가 러시아 정부와 내통했다는 ‘러시아 커넥션’ 논란 이후 대러 관계가 유화에서 갈등으로 선회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타스통신은 헌츠먼 내정자가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경선 후보로 뛰던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대러 관계 개선정책인 ‘러시아 리셋’을 앞장서 비판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러 강경 기조를 조심스럽게 점쳤다. 일각에서는 헌츠먼 내정자가 주중대사 재직 당시 종교 선택의 자유 침해 등 인권 문제를 들어 중국을 비판했던 점을 거론하며 그가 대사 취임 이후 러시아의 정치·인권 문제를 비판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서 양국 외교가 전통적인 대립구도로 돌아설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한편 포린폴리시(FP) 등 외신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트럼프 정권 들어 보기 드문 능력 위주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헌츠먼 전 대사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비하 논란이 벌어졌던 당시 “선거운동이 바닥을 쳤다”며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충성도’를 인사의 주된 요소로 반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꺼릴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