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도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A씨는 지난해 5월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평소 주변에 스트레스를 자주 호소했던 그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2. 경찰관 B씨는 올해 1월 충남 지역의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던 그 역시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경찰관들이 매년 20명 가까이 자살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일단 정신건강 상담·치료센터를 확대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모두 100명에 이른다. 자살 경찰관 대부분은 강도 높은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증,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등 정신건강 약화가 원인인 것으로 꼽힌다. 특히 일선 현장의 경찰관들은 끔찍한 사건·사고 현장을 목격하거나 범죄자의 위협 등을 겪고 나면 곧 트라우마로 발전한다.
경찰관의 정신건강 해결 문제와 관련해 경찰청은 2014년부터 서울과 부산·광주·대전에 ‘경찰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트라우마 문제를 비롯해 스트레스·우울증 등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하는 이곳은 문을 연 후 지난해까지 5,233명(7,156회)의 경찰관이 이용했다. 센터 이용은 무료이며 이용 횟수 제한이 없고 의료보험 기록도 남지 않는다.
서울 경찰트라우마센터의 송지연 상담사는 “충격적인 현장을 보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은 정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트라우마 때문에 센터를 찾은 경찰관 상당수는 상태가 호전되는 등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트라우마센터는 전국적으로 네 곳에 불과해 그 수를 더 늘려 센터를 적극 활용하게 하고 경찰관들의 의무적인 정신건강 진단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전국 네 곳에 국한된 경찰트라우마센터를 늘리고 트라우마적 상황을 겪은 경찰관에게는 의무적으로 정신건강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 선진국 사례처럼 경찰서마다 경찰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심리상담사를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측은 “올해 서울과 경기도 등 두 곳에 경찰트라우마센터를 추가 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경찰트라우마센터는 명칭의 어감 때문에 이용을 꺼린다는 경찰 내부의 지적이 있어 이달 ‘경찰마음건강센터’로 이름이 바뀐다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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