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날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는 지킬/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국내 크리에이터들이 주축이 돼 브로드웨이 배우를 기용, 국내 투어를 시작으로 아시아, 미국 등으로의 진출을 예정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덕션이다. 1997년 브로드웨이 입성 이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된 ‘지킬앤하이드’는 상반된 두 가지 인격을 지닌 주인공과 그를 사랑하는 두 여인의 비극적 로맨스가 더해진 아름다운 스릴러.
뮤지컬 ‘위키드’의 피에로, ‘넥스트투노멀’의 게이브 등 브로드웨이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 늠름하고 사랑스런 모습을 선보였던 카일 딘 매시가 지난해 브로드웨이 현지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카일은 이번 ‘지킬앤하이드’에서 부드러운 외모 속에 숨겨진 하이드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지난 2월말 ‘브래들리 딘’ 배우의 급작스런 건강상의 문제로 더블 캐스트로 진행 예정이었던 서울 공연은 지킬 ‘카일 딘 매시’, 루시 ‘다이애나 디가모’, 엠마 ‘린지 블리븐’ 배우의 원캐스트로 공연된다. 특히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약 3개월가량 원캐스트 공연을 소화해 낸 ‘다이애나’와 ‘린지’는 매회 기복 없는 무대를 선보이며 국내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 공연은 웅장한 무대 ‘Facade’로 시작됐다. ‘Facade’는 전 출연진이 등장해 런던의 빈민층 시민들이 겉과 속이 다른 상류층 위선자들을 향해 보내는 메시지를 전했다. 무대 전환 후에는 ‘지킬앤하이드’의 대표 넘버 ‘This is the Moment’, ‘The Transformation’, ‘Alive’가 카일 딘 매시의 목소리로 전해졌다. ‘This is the Moment’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임상실험을 준비하는 지킬 박사가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자기 자신을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선택, 실험을 감행하면서 드러나는 심정을 노래한 넘버다.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지킬 박사의 결심과 실험 후 나타나는 변화, 하이드의 등장이 극적인 짜릿함을 선사했다.
이어진 무대는 변해가는 지킬을 바라보는 약혼자 엠마와 클럽에서 만난 지킬을 생각하는 루시의 마음이 담긴 ‘In His Eyes’가 린지 블리븐과 다이애나 디가모의 목소리를 통해 환상의 하모니로 펼쳐졌다. 또 한 번의 무대 전환 후에는 엠마의 ‘Once upon a dream’이 청아한 음색으로, 루시의 ‘A new life’가 벅찬 감동으로 마무리 됐다.
시연 공연에 이어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신춘수 PD는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은 작품 ‘지킬 앤 하이드’를 월드투어 버전으로 특별 제작한 점에 대해 “‘지킬 앤 하이드’가 2004년부터 시작됐지만, 이번 월드 투어는 글로벌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는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고 싶다”라며 “한국에서는 지방 공연으로 먼저 선보이게 됐다. 서울에서의 공연이 세계 시장을 향한 출발점이 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의 한국 뮤지컬 시장은 포화된 상태라 생각한다. 여러 나라를 떠나 협업을 맺는 부분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될 거라 본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세계화 되려면 작품의 완성도가 중요하겠다. 이번 프로덕션이 성공적으로 돼서 좀 더 여러 나라에서 공연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제작 의도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 여기에 바라는 점까지 들었다.
신 PD는 “대본이나 해석을 새로운 프로덕션에서 했다고 보면 된다. 지금 대본은 원작에 더욱 충실해서 표현했다. 무대와 조명, 의상에서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대본의 본질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한국 공연과 차별화를 두면서 많은 부담도 있었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공연하려면 보편성을 확보해야 했다”고 연출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을 말했다. 여기에 신 PD는 아시아 시장 중 중국에 초점을 맞추며 “현재 저희를 둘러싼 사드(THAAD) 문제가 있는데, 중국 공연 시장이 앞으로 커질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정치적 문제가 있는 시기인데, 시기적으로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라며 “정부에서 해결해줄 것이라기보다 공연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해결 될 문제라 본다. 지금은 약간의 여유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고 중국 공연을 염두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한국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공연을 선보이게 된 것 만으로도 기쁘다. 우선 서울 공연을 잘 하고 한국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고 본격적으로 서울 공연을 앞두고 바람을 밝혔다.
주인공 지킬 앤 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는 지난 8일 프리뷰 공연을 한 소감으로 “어제 첫 공연이었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서울 공연에서 관객 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매우 설렌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지킬앤하이드’ 한국 공연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한국 배우뿐만 아니라 그 어떤 프로덕션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본 적은 없다. 대본을 본 후 그 안에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오히려 아무 정보 없이 시작해서 신선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당초 더블 캐스트로 진행 예정이었지만, 지킬 앤 하이드 역을 맡은 배우 브래들리 딘의 급작스런 건강상의 문제로 카일이 원캐스트 공연을 진행하게 됐다. 이에 카일은 “사실 생각해보면 브래들리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 같은 노래를 아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라며 “그게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이런 형태의 예술은 어떤 관객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자신과 브래들리 딘과의 다른 점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강조했다.
극중 지킬을 짝사랑하는 런던 클럽의 무용수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는 “매일 밤 서울에서 지금까지 공연을 해왔지만, 케이크 위에 체리를 올리는 일처럼 신나는 일이었다.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일이 영광이다”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이어 다이애나는 “유튜브 덕에 ‘지킬앤하이드’ 한국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전체적인 맥락 파악을 위해 봤고, 모방을 위해 본 것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카일처럼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구축했다. 나는 내 버전의 루시가 마음에 든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하며 역할에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회 열정의 공연 속에서 그만의 특별한 목 관리 방법으로는 “어떤 배우든 목 관리 비법이 있겠지만, 하루 8시간씩 자고, 식사를 꼬박 꼬박 하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일반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라며 “공연 전과 후 매번 워밍업과 워밍 다운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8회 공연하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 같다”고 총체적인 건강 관리법까지 전수했다.
지킬의 약혼녀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은 “관객들이 너무 사랑해주셨고, 이번 캐스트들과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배우들의 연기를 봤는데 기량이 굉장하더라”고 한국판 ‘지킬앤하이드’를 극찬하며 “다른 배우들이 하는 버전도 존중하면서 놀랐다. 나 또한 내 나름대로 해석한 엠마를 만들었고, 관객들이 많이들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신과 다른 배우들의 ‘엠마’를 비교했다. 린지는 “내 몸이 건강해야 내 목소리가 잘 나오는 것 같다. 스파에 가는 걸 좋아한다. 그게 비법인 것 같다”고 목관리 비법을 밝히면서 일상 속 자신의 모습을 언급했다.
이번 월드 투어 프로덕션은 ‘지킬앤하이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보편성’을 염두에 두고 프로덕션을 새롭게 구성, 기획했다. 이러한 한국 크리에이터와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글로벌 프로젝트’프로덕션의 작품성을 인정 받은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올해 7월부터 중국 상해, 북경, 광저우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 아시아, 미국 등에서 공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대구 등 8개 도시, 72회 공연을 마쳤으며 서울에서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8일 프리뷰 공연부터 5월 2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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