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따라 다음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해야 한다.
보통 인수위는 약 두 달간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산파 역할을 맡는다. 현직 부처 공무원은 물론 캠프에 몸담았던 정치권 인사와 학계 전문가 등을 총망라한 100여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의 연착륙을 위한 ‘인큐베이팅’ 과정이 생략되면 리더십 공백에 따른 각종 경제정책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인수위에 준하는 비공식 기구를 만들어 혼란을 최소화하고 차제에 법 개정을 통해 공백 사태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교체 연착륙 힘들어=조기 대선 국면에서 개별 정당들은 섀도캐비닛(예비내각) 명단 발표를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이 국무총리와 장관 등 내각 면면을 발표하면 내부적으로 반발과 갈등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불과 두 달 뒤 시행되는 대선 직후 여야 대립은 극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촛불과 태극기집회의 감정적 분열도 최고조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새 총리의 국회 인준 과정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새 정부는 내각을 구성해보지도 못한 채 분열상만 노출하면서 임기 초 황금 같은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있다.
장관들 또한 국무회의 성원 정족수(과반수) 및 의결 정족수(3분의2)를 채우기 위해 기존 장관들과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새 정부의 각료 제청을 부탁하면 법적 문제는 해소된다. 하지만 이 또한 새 대통령과 황 대행 간 정치적 역학관계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문제다. 오히려 황 대행은 12월까지 직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사퇴를 결심하고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공약 검증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당장 인수위 없이 들어서는 차기 정부에서는 총리와 경제부총리 등 경제 컨트롤타워 구성을 위한 청문회 절차부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정권 초기 내각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치적 주도권 싸움에 매몰되면 기존의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경제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보통 인수위가 구성되면 부처별로 추진계획을 제출받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실행 가능한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따져본다”며 “탄핵 직후 두 달 이내에 인수위 없이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2~3개월 동안 ‘조각(組閣) 싸움’만 하느라 경제공약 검토는 한참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각 총사퇴 땐 경제 파장 걷잡을 수 없어=관가에서는 대통령 탄핵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내각이 총사퇴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심정적 불편함 없이 마음 놓고 일할 환경을 차기 대통령에게 열어준다는 취지이지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국정은 갑작스레 차관 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직 고위관료는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국정을 지휘했던 경제부처 장관들은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맞다”며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국무회의 때 장관 대신 차관들이 주로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수위 준하는 비공식 기구 만들어야”=이처럼 ‘준비 없는 정부’ 출범에 따른 국정의 공백이 예상되면서 각계에서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언들을 내놓고 있다. 중앙부처 실장과 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한 한 관계자는 “인수위 구성이 불가능하지만 인수위의 형태를 어느 정도 갖춘 비공식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대선 전에 여야 주자들이 합의를 이룬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인수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인사도 있다.
/안의식 선임기자 나윤석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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