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1) 조카 장시호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최씨가 주도한 것이고 자신은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장씨는 지난해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센터 설립은 이모(최순실)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한 바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장씨,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재판에서 그는 영재센터 설립 계획이 2014년 12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모가 서울대 출신 사람들과 추진하던 영재교육원 사업이 이후 김동성씨와 이모가 만나면서 동계스포츠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동성씨가 이모의 말 10개 중 8개를 못 알아들어서 정관이나 이사진 구성 등을 제가 도와줬다”고 말했다.
장씨는 최씨 지시로 2015년 7월 말께 최씨 집에서 영재센터 직원과 함께 영재센터 예산을 만들었다고도 증언했다.
장씨는 최씨 방에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A4 용지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 간 독대 순서가 적힌 것을 우연히 봤고, 이를 특검 조사에서 그림으로 그려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최씨가 삼성에 예산안이 갈 거니까 잘 만들어야 한다고 했느냐”고 묻자 장씨는 “삼성에 보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삼성 로고를 넣을까 말까 했기 때문에 기억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가 당일 이 영재센터 예산안 등 소개서를 박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독대 자리에서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최씨 측은 “장씨와 김동성씨가 ‘은퇴한 선수들의 재능을 기부해 동계스포츠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해 설립 과정에서 조언하고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센터 예산과 조직 운영, 사업계획 수립 등에서 장씨가 전권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장씨가 센터 설립 주도자이자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람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편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바꿨느냐고 묻자 장씨는 “사실대로 말하면 이모가 잘못될 것 같은 기사들이 많이 나와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사적 관계보다 사실대로 말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성윤지 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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