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보다 더 극적이었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결정요지 낭독이 화제다.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이 권한대행은 결정요지를 낭독하며 앞 뒤 문장의 내용을 전환하는 접속사인 ‘그러나’를 4번, ‘그런데’를 3번 사용했다. 적절한 곳에서 사용한 접속사는 극적인 효과와 함께 설득력도 높여줬다는 평가다.
헌재는 인정받지 못한 양측의 주장을 걸러내는 것으로 낭독을 시작했다.
먼저 탄핵소추 절차와 탄핵심판의 법 위반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8인 체제의 헌재가 탄핵 심판 선고를 내리는 것도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본안판단에 대한 헌재의 입장이 공개되자 분위기는 탄핵이 기각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흘러갔다. 헌재가 공무원의 부당인사 개입 의혹과 언론 탄압, 세월호 참사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위반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힌 탓이다.
분위기는 최순실씨의 국정개입과 권한남용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급변했다. 헌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출연금 강제 모금 과정, 최씨 소유 회사에 대한 청와대의 특혜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백미는 결정요지 낭독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다고 설명하며 “피 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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