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함에 따라 헌정사상 첫 ‘대통령 직선제에 의한 보궐선거(궐위로 인한 선거)’가 열리게 됐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이 중도하차 하거나 유고 상황이 발생한 사례는 4·19 혁명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 5·16 군사정변 이후의 윤보선 전 대통령 하야, 10·26 사태에 따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12·12 군사정변 이후의 최규하 전 대통령 하야 등이 있다. 하지만 앞선 네 차례의 궐위선거 중 세 번은 간선제로 치러졌다. 제5대 대선 또한 직선제의 형태로 치러지긴 했으나 전임 정권이 간선제를 통해 들어선 데다, 사실상 집권 중이었던 군부의 통치 아래 실시된 만큼 진정한 의미의 직선제에 의한 궐위선거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초유의 직선제에 의한 궐위선거가 실시됨에 따라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대선 시기이다.
13대 대선(1987년 12월 16일) 이래 대선은 줄곧 12월에 열려왔다. 차기 대선은 임기만료일 전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5월 초 실시가 유력한 이번 대선의 당선인은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당선 즉시 취임하게 되는 만큼, 이 후의 대선 시기는 ‘2말3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 논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있다. 그간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출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의 의견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의원 간 의견이 갈렸었다. 그러나 조기대선으로 협상의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연말 대선과 비교해 ‘만 18세’의 적용을 받는 유권자의 숫자가 최소한 3분의 1 아래로 줄어드는 셈인데, 그럼 보수정당으로서는 사실상 큰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도 정치개혁에 동참하는 생색은 낼 수 있게 된 것 아니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 사안인 투표시간 연장 문제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진영에, 높으면 진보진영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로 인해 진보진영에서는 줄곧 투표시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논의가 진전된 바는 없다. 이번 대선은 선거일 당일 투표시간이 오전 6시부터 8시까지이다.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규정을 적용받아 2시간이 추가로 부여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나는 오후 6시∼8시 투표율이 향후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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