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하면서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줄곧 굳건한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지지도가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통령 선의’ 발언으로 조정 양상을 보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 통합과 화합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지지율이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가 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압도적인 1위(62.4%)를 기록하지만 다른 당 지지자들까지 참여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층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안 지사를 적극 지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놓고 경쟁당 지지자들이 상대 당 1위 후보의 본선 진출을 막으려는 ‘역선택’이라는 분석과 보다 대중 흡입력이 높은 대안 후보를 발굴하려는 표심이라는 ‘참선택’ 이론이 분분하다.
◇文 1위지만 30% 밑으로…安 17%=12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전국 성인남녀 4,280명 중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일이 대통령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전 대표가 28.0%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6.6%로 2위를 차지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8.9%)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8.4%), 이재명 성남시장(8.0%)이 그 뒤를 이었다. 홍준표 경남지사(2.9%)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9%), 심상정 정의당 대표(1.4%),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4%), 남경필 경기지사(0.4%)는 3%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다만 ‘투표할 후보가 없다(16.2%)’와 ‘모름·무응답(5.5%)’ 등 부동층의 비율이 20%를 넘어 이들 표심의 향배가 대선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대표는 20~4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30%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하며 ‘대세론’을 입증했다. 지역별로도 강원·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탄핵 직전 여론조사에서 30.7%를 기록한 것과 달리 탄핵 후 조사에서는 다소 하락했다. 반면 안 지사는 같은 기간 16.6%에서 17%로 소폭 상승했다.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대선의 투표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4.1%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아마 투표할 것이다(7.6%)’라고 답한 것을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의 91.7%가 투표 의지를 밝혔다. ‘아마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와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6.8%에 불과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의지가 대선 투표 열기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국민완전경선 지지율, 文·安 접전=민주당 경선에서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경우 문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5.7%로 집계됐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33.6%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문 전 대표를 바짝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조사했을 때는 문 전 대표(62.4%)가 안 지사(22.5%)를 3배 가까운 격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경우 안 지사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바른정당 지지층의 89.2%는 안 지사를 뽑겠다고 응답했다. 국민의당과 한국당 지지층의 안 지사 지지율 역시 각각 67%, 41.8%에 이른다. 반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바른정당 3.1% △국민의당 13.2% △한국당 5.5%에 불과하다.
국민의당과 한국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 황 대행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안 지사에 대한 선호도가 문 전 대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대표 지지층의 65.1%가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황 대행 지지층도 36%가 안 지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완전국민경선제로 진행되는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 민주당 지지층 외에 다른 당·후보 지지자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에 따라 경선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지 정당 및 이념 성향별로 문 전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55.9%)과 진보(46.8%) 성향 유권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이번 조사는 지역별·성별·연령별로 응답자에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김현상·권경원·박효정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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