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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정규직 특수요원’ 시대풍자는 훌륭한데 코미디가 아쉽네

2009년 4월 개봉한 신태라 감독의 ‘7급 공무원’은 국가정보원 요원이 사실 ‘7급 공무원’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앞세워 전국 4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사회적으로 주목받던 공무원 열풍과 첩보 코미디, 그리고 강지환과 김하늘의 로맨스를 효율적으로 버무린 것이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결과였다.

그리고 8년이 지나자 이제는 ‘7급 공무원’조차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김덕수 감독의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신태라 감독의 ‘7급 공무원’이 그랬듯이 영화의 제목만으로도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건넨다. 이제는 국가정보국 요원조차도 정식 공무원이 아닌 2년 계약직의 ‘비정규직’ 신세라는 것이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강예원 / 사진제공 = 스톰픽쳐스




편의점, PC방은 물론 택시기사에 야쿠르트 아줌마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는 다 경험해보고, 취직에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자격증은 다 따낸 장영실(강예원 분)은 나이 35세에 겨우 국가안보국에서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비정규직’으로 취직하지만, 2년 계약기간만 채우고는 바로 해고를 당한다.

주인공 ‘장영실’의 캐릭터만 가지고도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내건 현실의 풍자는 실로 의미심장하다.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실생활에 필요도 없는 다양한 스펙을 구비해야만 하고, 그렇게 험난한 취업문을 뚫어도 ‘정규직’ 달기는 취업보다 더 어려운 것이 현실. 여기에 김덕수 감독은 ‘국가안보국 댓글전문요원’이라는 직업을 통해 은근슬쩍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댓글공작논란도 끼워넣는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국가안보국 부장(조재윤 분)이 보이스피싱에 낚여 공작금 5억 원이라는 거금을 날리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장은 우연히 보이스피싱 사실을 알아버린 ‘장영실’에게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해 5억 원을 되찾아오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장영실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했다가, 경찰청에서 언더커버로 잠입한 일명 ‘경찰청 미친년’ 나정안(한채아 분)과 만나게 된다.

제법 호기롭게 시작한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무대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옮겨가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현실에 대한 자조적 풍자를 제법 부드럽게 녹여내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정작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한 이후부터는 평범하고 밋밋한 코미디가 이어진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강예원 / 사진제공 = 스톰픽쳐스


한채아가 연기하는 ‘경찰청 미친년’의 팔팔한 성격과 강예원이 연기하는 ‘장영실’의 소극적인 성격은 버디무비라는 개념에서는 좋은 궁합을 이루지만, 아쉽게도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이 좋은 궁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또한 보이스피싱 조직 내에서 펼쳐지는 단조로운 코미디는 초반부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며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웃음의 포인트가 뚜렷하지 않은 평범한 코미디 영화로 전락시킨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아쉬운 점은 비록 댓글전문요원이라고는 해도 국가안보국 소속이라는 ‘장영실’의 캐릭터와 경찰청 미친년 ‘나정안’의 캐릭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있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장인 남궁민과의 로맨스 역시 뻔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기질로 이어지며 뚜렷한 갈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차라리 서로 다른 조직으로서 보이스피싱 조직 일망타진이라는 한 배를 탄 강예원과 한채아의 대립구도를 좀 더 뚜렷하게 부각시켰다면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바정규직 특수요원’은 결국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초반부의 사회풍자는 훌륭했지만 첩보물로서 긴장감이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개소리나 보이스피싱 등에 의존하는 개그 코드 역시 지금 시대에서는 그다지 참신하지 못하다. 소재와 기획이 너무나 좋았던 만큼 내부의 알맹이에도 조금 더 공을 기울였다면 ‘7급 공무원’을 능가하는 수작이 탄생했을테지만,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기획의 벽을 더 이상 넘어서지 못한다. 3월 16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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