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 촛불·태극기 '잘 사는 나라' 위해 노력을

김성택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 이사장

국가 발전 매진한 태극기 세대

민주사회 염원하는 촛불 세대

'좋은 나라' 향한 열망은 같아

배려·존중하며 함께 가야





나는 ‘7080’이다. 지난 1970년대나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가 아니라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청년 시절을 보낸 세대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침 조회시간에는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들었다.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금은 평양에서나 가능한 매스게임을 위해 몇 달 동안 집단체조 준비에 동원됐다. 매일 국기 하강식 때는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태극기에 경례했다. 행여 대통령이 근처를 지나갈 때면 일찍부터 대로에 나가 태극기를 흔들었다.

아침 등교 때는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에 남들을 제치고 올라타지 못하면 어김없이 지각이었고 그러면 교문 앞에서부터 체벌이 주어졌다. 충효 사상이 기본적 도덕관념이니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며 그것으로 사회통합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대학교 때는 가장 많은 시위를 했고 가장 많은 학우가 희생됐다. 사회에 나와서는 생존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삶 자체였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불굴의 군인정신을 배웠고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라’는 기업가정신을 모토로 삼았다. 수출 역군이 최고의 애국자였고 인권이 국익을 우선할 수 없었으며 정권 유지를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했으니 권력과의 유착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오히려 사업수완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고 결과가 과정을 합리화하는 시대였다.

영화를 볼 때도 기차표를 살 때도 굳이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됐다. 힘 있는 자는 새치기를 했고 돈 있는 자는 웃돈을 주면 얼마든지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교통위반 단속에 걸려도 돈을 주면 그 자리에서 풀려났고 병원에 입원할 때도 청탁을 하면 편하게 됐다. 약간의 돈과 권력만 있다면 너무나 살기 편한 세상이었다. 그러니 대통령이 약간의 부정적 행동을 했다고 해 국민들이 탄핵을 외치고 쫓아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누구든 그런 위치에 있었으면 당연히 했을 법한 일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로 협력해 나누는 것보다 싸워 뺏는 이득이 훨씬 크고, 상대를 존중하는 것보다 밟고 올라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고,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곧 내가 손해를 본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렇기에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가장 높은 학력과 지성을 가진 국민으로 살고 있다. 이 모두는 우리의 노력과 선조들의 피땀으로 이뤄놓은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단군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로 만들었는데 혹시나 잘못될까 봐 우리는 태극기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원한 ‘잘 사는 나라’는 무슨 짓을 하든 돈만 잘 벌면 되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진정 원했던 국가는 ‘나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잘 사는 민주국가이지 않은가.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드는 것은 모두 하나같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촛불을 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사회 발전의 ‘절차적 공정성’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기업과 정부 정책에 대한 ‘과정의 정당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요구하는 국가와 사회의 혁신이며 오늘날의 시대 정신이기도 하다.

촛불을 든 세대들은 현재의 국가 발전을 이룬 기성세대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나라를 염려하는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야 할 것이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정한 민주사회’, 이것이 우리가 꿈꿔왔던 나라이지 않은가. 지금 대한민국은 그러한 잘 사는 나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촛불도 태극기도 진정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김성택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 이사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