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뜨겁고도 풋풋하게 그려낸 작품.
1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는 연극 ‘유도소년’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가 이재준, 박경찬 작가, 배우 허정민, 박정복, 신성민, 이현욱, 안세호, 조훈, 신창주, 오정택, 한상욱, 김보정, 박강섭, 안은진이 참석했다.
연극은 90년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삼으며 그 시대의 유도, 복싱,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뜨겁고도 순수한 청춘으로 그려낸다. 갈수록 ‘열정’을 요구하지만 무기력한 현 시대 청춘들에게 ‘유도소년’ 속 청춘들은 긍정적이고 뜨거운 기폭제로 작용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운동선수로 등장하는 만큼, 출연진은 리얼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각 종목에 맞는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고. 그 각고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져 무대 위는 생생한 연습장으로 거듭난다.
이들이 땀과 눈물, 가슴 뛰는 신체 변화로 뭉클하게 우정과 사랑을 전함과 동시에 배경음악으로는 ‘캔디(HOT)’, ‘뿌요뿌요(UP)’, ‘폼생폼사(젝스키스)’ 등 90년대 인기가요가 자연스럽게 삽입돼 당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충분히 자극한다.
40분간의 하이라이트 시연공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유도소년’의 연출가 겸 작가 이재준은 “2년 만에 공연을 올릴 수 있어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라며 “초연 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부담도 되고 힘들긴 했지만, 재연, 3연까지 하면서 저 스스로 게을러지지 않으려 했다. 이번에는 장면들을 배우들과 처음의 분위기대로 만드려고 했다”고 3연까지 이어지는 공연의 인기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박경찬 작가는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점으로 “이 작품이 건강한 작품이다. 많은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땀 흘리며 청춘이 성장하는 이야기라 관객분들이 따뜻함과 우정을 느끼고 경찬이 부모님을 통해 사랑을 받는 만큼 관객분들도 가족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극중 경찬 역의 배우 허정민은 연극 참여 계기로 “소문으로 워낙 ‘유도소년’이 재미있고 유명하다고 들었다. 저런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다가 기적적으로 참여를 하게 됐다.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는데 안 도망치고 연극하는 게 스스로 기특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찬 역의 박정복은 “초연 때 이 공연을 봤을 때 느낀 에너지와 열정이 있었다. 연기를 하며 내가 10대 때 어떤 열정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라며 “요즘 열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많이 행복해지더라”고 느낀 점을 말했다. 이어 “경찬이도 자기 나름대로의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춘 때 느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끔 더 멋있는 남자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저 역시 10대 때 많은 아픔과 기쁨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그 때도, 지금도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욱 역의 신성민은 “초연과 재연을 거쳐오면서 민욱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단단하게 형성돼 있었다. 그 속에서 배우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나로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라며 “민욱이 내 안에도 있겠다. 그 안에서 극대화를 시켜보려 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이현욱 배우는 대학로의 여심 스틸러로 활약 중이다. 초연 때 특히 인기를 ‘캐리’한 것. 그는 “민욱 역을 소화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신성민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요즘도 많이 고민을 하고 있다. 저와 닮은 점이 존재하겠지만, 저는 순정마저도 혼자 숨기는 성격이다. 표현을 잘 못 한다”고 캐릭터와 공통점, 차이점을 들었다.
화영 역의 김보정은 “몸이 힘든 것은 물론 있었다”라며 “처음에 경찬이가 화영이에게 반하는 장면 중 화영이가 배드민턴 선수로 나오는데, 선수가 옷을 깔끔하게 입어야 한다”라며 선배들로부터 받은 조언을 언급했다. 화영 역의 안은진은 “‘뿌요뿌요’ 등 노래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라며 90년대생으로서의 고충을 전했다.
요셉 역을 맡은 조훈은 “엉뚱한 캐릭터다. 아버지가 미군 부대에 있는 인물”이라며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 같은 역의 한상욱은 “분위기 메이커가 많이 있지만, (안)세호 형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많이 한다”라며 훈훈한 팀 분위기를 밝혔다.
태구 역의 신창주는 3연까지 출연을 결심한 이유로 “유도 요정으로 사랑을 많이 받아서 3연 때도 더 큰 사랑을 받고 싶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다. 처음 돈을 받고 공연한 데뷔작이다.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회가 닿아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역의 박강섭은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 됐다. 이에 대해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나온 작품인데 같이 하게 돼서 감사하다. 좋은 배우와 제작진과 함께 해 더욱 감사하다. 앞으로 잘 연기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코치 역의 안세호는 “20대 중반에 ‘지하철 1호선’이라는 작품에 참여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며 초심을 생각하게 되더라. 지금 30대 중반으로서 ‘유도소년’을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굉장히 뜨겁고 팀웍도 좋다. 열심히 하고 서로 사랑하려고 하는 것이 저의 초심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극의 분위기에 따라 연극에 뛰어든 시기를 회상했다. 오정택은 ‘유도소년’의 명장면 명대사로 “명장면이 되게 많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이기는 걸 먼저 가르쳤어야 하는데, 내가 너네한테 지는 걸 먼저 가르쳤어?다”라고 짚었다.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유도-복싱-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뜨겁고도 순수한 청춘으로 무대 위에 펼쳐내는 ‘유도소년’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슬럼프를 때론 유쾌하고, 때론 가슴 찡하게 그리며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어넣는다.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한 연극 ‘유도소년’은 지난 4일부터 세 번째 공연을 시작, 오는 5월 14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