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이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며 앞다퉈 ‘빚 탕감’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역대 선거 공약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뻔한 얘기들이다. 가계부채 총량을 미리 정한다는 공약도 취약계층의 채무를 탕감하고 이자까지 깎아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원리에서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부동산시장 등에 불안 심리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에서 줄곧 반대하는 것도 이런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강제로 낮추겠다고 하지만 결국 신용질서를 훼손해 오히려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떠안길 우려가 크다. 서민에게 10%대의 중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발목을 한사코 잡고 있는 것도 앞뒤가 안 맞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빚 탕감 조치는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그렇거니와 부실채권(NPL) 등 금융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선거만 닥치면 빚은 갚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성을 부리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벌써 은행 대출금을 갚지 않겠다며 생떼를 쓴다는 얘기가 금융권에서 들려오니 걱정스럽다. 굳이 가계부채를 걱정한다면 개인 워크아웃 같은 기존 장치를 활용해 실효성을 높이고 계층별 상황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내놓는 방안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진정 취약계층을 걱정한다면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기업활동을 촉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가계부채 대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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