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분명하고 합의된 대북 메시지를 줘야 북한이 함부로 대남정책을 쓸 수 없습니다.”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6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정치권에 던진 쓴소리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대한민국미래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제발 예측 가능한 대한민국이 돼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는 미래혁신포럼 참석 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진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태 전 공사가 “북한에서 대한민국을 향해 어떤 위해행위를 했을 경우 상응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합의해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남한에서 선제공격을 포함해 사용 가능한 모든 옵션에 대해 의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면서 “지금 북한에서 내 권리는 내가 지킨다는 의식 변화가 일고 있다. 민중봉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의식 변화를 계속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에서는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대규모의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당국의 정책과 지시에 저항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학용 바른정당 의원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북한 김정은은 할아버지 대부터 수십 년간 이어져온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남한이 북한에 어떤 인센티브의 양이나 질에 따라 대북협상 방안을 만든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 전 공사는 “최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서 북한의 대규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사실 나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 논의되고 있던 것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동안 북한이 대규모 핵실험을 주저한 것은 핵실험을 제어하지 못해 방사능 오염 등의 피해가 일어나면 대규모 탈북 사태로 이어질까 우려했고 북한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대규모의 핵실험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또 “옛 소련과 동구권은 단파 라디오를 듣는 것만으로 무너졌지만 북한은 보는 것으로 붕괴할 것”이라면서 “한류 드라마를 안 본 북한 주민은 거의 없다. 의식 변화가 평양의 봄을 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촛불, 태극기, 광장의 민심과 탄핵 과정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준수하는 모습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나 “이런 헌법 기준으로 대해야 할 북한 주민에게는 왜 그렇게 야박하냐”면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헌법에서 똑같이 인정하는 국민인데 그분(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언제 한 번 그 기준에서 바라본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인권법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국에서 늦게 통과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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