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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경호에게 ‘미씽나인’은? “미안하다, 그래도 사랑한다”

데뷔 13년차 배우 정경호에게도 쉽지 않은 숙제 ‘시청률’. 지난 9일 종영한 MBC 드라마 ‘미씽나인’(극본 손황원, 연출 최병길)은 자체 최고 시청률 6.2%(TNMS 기준)로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종영했다.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한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식구들 9명의 무인도 표류기라는 참신한 소재로 주목받았음에도 갈수록 힘을 잃은 개연성과 잔혹성으로 점철된 전개 탓에 몇몇 마니아들에게만 지지받은 작품으로 남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나 ‘미씽나인’ 종영 인터뷰를 한 정경호는 시청률 부진에 거듭 면목 없음을 표하면서 그 와중에 ‘미씽나인 식구들’과 맺은 인연에는 마냥 행복감을 드러냈다. 겉보기에 잔혹 연쇄살인극이었던 ‘미씽나인’이 정경호에게 만큼은 새삼 가슴 따뜻한 동료애를 품을 수 있던 작품으로 기억됐다.

배우 정경호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애착이 많아서 헤어지기 싫었어요. 배우들, 스태프들과 많이 아쉬워했죠.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오죽했으면 마지막 촬영 다음날 새벽까지 스태프들과 양양에 놀러갔겠어요.(웃음)”

‘미씽나인’에는 무인도에 표류한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최태호(최태준 분), 하지아(이선빈 분), 이열(박찬열 분), 윤소희(류원 분)와 관계자 라봉희(백진희 분), 정기준(오정세 분), 황재국(김상호 분), 태호항(태항호 분)을 포함해 외부 인물 장도팔(김법래 분), 신재현(연제욱 분), 김기자(허재호 분) 등이 모두 서준오(정경호 분)와 얽힌다. 더욱이 무인도 표류기라는 소재 특성상 나머지 8명과의 가족 같은 생활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최)태준이 스케줄, 열이(박찬열) 스케줄과 맞추면서 바쁘게 촬영했어요. 집중된 장소에 아홉 명을 몰아넣으니 딴 생각 자체를 못 한 거 같아요. 그래서 확 몰아가는 과정이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많은 배우들의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 가운데 집중력 있게 몰아서 할 수 있었어요. 보통 드라마 하면 주연배우가 4명 정도인데, 이번에는 스태프까지 140명이나 됐어요. 감독님, 작가님들도 고생 많이 하셨고 고맙죠.”

작품에 큰 틀을 잡은 한정훈 크리에이터와도 “‘나쁜 녀석들’ 전부터 친분 있던 동네 형이에요. 너무 친해서 저를 잘 알고 있죠.”라고 스태프들까지도 남다른 친분을 과시한 정경호는 “그래서 헤어지기 이상했어요. 오늘 아침에도 문자로 ‘다들 뭐해?’ ‘난 인터뷰 하러 가’라고 말하고 왔어요.”라고 출연진과의 끈끈한 친목을 자랑했다.

아무래도 ‘미씽나인’의 완성도와 시청률의 아쉬움을 빼놓고 인터뷰가 완전히 성립되지 않았기에 관련 질문을 쏟아내자 이미 예상한 듯 겸허히 받아들이는 정경호다. 그는 인터뷰 내내 허심탄회한 심정을 내뱉으며 고개를 몇 번이나 떨궜다.

“아쉽긴 하죠. 8부까지는 독특하고 처음 시도되는 소재였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있어서도 재미있고 신났거든요.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 휴머니즘을 다양하게 그렸다면 좋았을 걸 싶더라고요. 중간에 미스터리한 요소가 많이 들어가면서 이후에 처리할 것들이 많아졌어요. 감독님들, 작가님들 많이 고생하셨죠. 엔딩에서 페인트칠 하는 장면은 우리 나름의 화해를 표현하고자 한 거예요. 9명이 무인도에서 웃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쉬웠거든요.”

배우 정경호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시청자들의 온라인 반응을 확인해봤냐 물어보니 의외의 면이 발견됐다. “제가 사실 기계치예요.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을 잘 안 봐요. 이번에 젊은 친구들과 함께하니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게 있더라고요. 인스타그램 동영상 짧게 만들어 올리는 것도 있고. 드라마 토크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반응들을 확인해보면서 시청자의 눈은 속일 수도 없을뿐더러 제 두 머리 위에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많은 걸 깔아놔서 마무리하는 게 벅찬 것 같았어요. 휴머니즘이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살인을 너무 쉽게 생각한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 누구의 잘못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최대한 잘 표현하려 했으니까요. 그 와중에 캐릭터를 잘 표현해준 태준이가 고마웠어요. 마음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해줬죠.”

16부작 ‘미씽나인’은 추가 촬영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생방송을 방불케 할 만큼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작업으로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노고가 더해졌다. “편집 과정에서 장면을 빨리 넘기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편수로 마무리 됐다고 하더라고요. 10부까지 대본이 나왔었는데 예상보다 2회를 더 찍게 됐어요. 대본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시청자들께서 9명이 오해를 겪는 과정을 궁금해 할까? 9명이 살아남는 과정을 더 궁금해 할까? 였어요. 고민하면서 두 부분이 잘 어우러지기를 원했죠. 저와 (오)정세 형의 관계를 유쾌하게 풀면서 드라마가 마냥 무겁게만 그려지지 않도록 한 것도 있어요.”



그러면서 수많은 출연진 중 특히 오정세와 두드러진 케미의 배경을 밝혔다. 극중 한때는 잘나갔던 밴드 그룹 드리머즈의 리더였지만 현재는 이미지 바닥의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자존심만 센 서준오와 그의 매니저 정기준의 티격태격 호흡이 코믹하게 그려져 극의 음침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극 초반 지뢰를 밟은 서준오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구출(?)하는 장면부터 죽은 줄 알던 그와 재회한 후 배신자에서 다시 최태호를 감시하는 스파이 노릇까지 하는 정기준은 서준오와 환상의 콤비였다.

“(오)정세 형과 함께한 게 다행이었어요. 거울보고 연습하는 느낌이랄까. 내 대사를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받고 말하지? 그러면 예상대로 튀어나오고. 신에서 나오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기준이와 준오의 관계는 누가누구를 배신하고 살아 돌아오는 걸 몰라도 그 자체로 관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림이었어요. 유쾌한 추격전과 태호에게 한 방 먹일 때 등 정세 선배님 아니었음 그렇게 살리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미리 서로 전화해서 어떻게 연기할지 상의도 많이 했어요.”

배우 정경호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생각해보면 이번 정경호의 연예인 역할이 낯설지 않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부터 영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롤러코스터’까지 꽤 많은 ‘스타노릇’을 했다. 특히 그가 선보인 연예인들은 카리스마와 아우라보다는 허세 덩어리에 투덜거리기 십상이고 비굴하기까지 한 ‘미운 일곱 살’ 같은 ‘친근미’가 있었다.

“스타역할을 벌써 네 번째 해요. ‘미사’에서는 철부지 스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장애가 있는 스타, ‘롤러코스터’에서는 안하무인 스타로 나름 각각 다른 연예인을 연기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서준오는 무쓸모인 스타이겠네요.(웃음) 상황과 캐릭터들이 조금씩 다르면서 센 이미지였기 때문에 다가가기 쉬웠던 것 같아요. 근데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우들이 캐릭터에 빙의해서 못 깨어나고 그렇다는데 아직 공감하지 못하겠어요. 내가 가진 모습 중에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 중이죠. ‘순정에 반하다’,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도 다 저의 모습은 담겨 있었어요.”

정경호에게 ‘미씽나인’은 인복을 안겨줌과 동시에 장르극으로써의 재미를 알아가도록 기회를 열어준 작품이었다. 그가 다시 떠올려보며 얻은 성과는 이렇다. “이런 상황을 한 번 더 연기해보고 싶어요. 열려있는 상황.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 장르물이 연기하기에는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더 다양하게 그릴 수 있으니까요.”

“이제 좀 쉴 때 제 자신을 돌아봐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어요. ‘미씽나인’을 하면서 소비도 많이 됐고 많은 걸 숨기지 않으려 했는데 내가 가진 게 많아서 그렇게 표현한 건지, 앞으로 장점이 뭐고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보려 해요. 저를 채우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해요. ‘미씽나인’ 중에서 못한 나머지 부분 모니터링도 하고 여행도 잠깐 가려고요.”

2004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정경호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 ‘자명고’, ‘그대, 웃어요’, ‘무정도시’, ‘끝없는 사랑’, ‘순정에 반하다’, ‘한 번 더 해피엔딩’, 영화 ‘거북이 달린다’, ‘님은 먼 곳에’, ‘롤러코스터’ 등 어느덧 작품수가 30편에 다다르고 있다. 제15회 춘사대상영화제 신인남우상, 프리미어 라이징 스타 아시안 어워드 신인남우상, SBS 연기대상 남자 프로듀서상, 제34회 황금촬영상 남자 신인상 수상으로 라이징 스타라 일컬어진 정경호는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아픔에 단련돼보기도 한만큼 초연해질 줄 아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 사이에서 뿜어져 나올 연기가 흥미로운 시점이다.

“배우로서 뭔가 거창하고 특별하게 정해놓은 건 없어요. 그래도 너무 다행인 게 지금까지 긴 시간 쉬지 않고 일을 조금씩 해온 것이 감사하죠.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타이밍, 이게 어려운 거 같아요. 나만 잘해서, 사람이 좋아서, 작가를 잘 만나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계속 ‘재발견’이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미씽나인’은 좋은 작품이었어요. 만족해요. 6개월 전으로 돌아가서 ‘미씽나인 할래?’라면 할 것 같아요.”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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