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한 푼 벌어보지 못한 분들이 하는 주장이다”
“퇴직금 안 주려고 10달만 근무시키고 자르는데 무슨 꿈 같은 얘기냐”
“직장인들에게 좋은 정책인 듯^^”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안희정 충남도시자가 공약으로 제시한 ‘전국민 안식년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안 후보의 안식년제를 보도한 인터넷 뉴스에는 찬반 댓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선 ‘설왕설래’
일부 네티즌은 대환영이다. “구체적 현실 방안만 마련된다면 완전급 땡기는..홧팅 안희정”, “솔직히 안희정 아저씨는 싫지만 이거는 혹한다.ㅋㅋ”등의 댓글이 보인다.
그런데 굳이 따지자면 ‘호의적인 댓글’보다는 ‘부정적인 댓글’이 더 많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동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근로시간 단축, 휴가확대 등 제도 개선이런 방법은 두고..”, “공무원 넘들만 놀고 먹으려는 거 아니냐”, “제발 현실성 있는 공약을 해라. 캠프에 사람이 없나?”, “나도 기업운영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주고 싶다.. 정말로.. 그런데 모든 기업들이 흑자를 넉넉하게 낼 수 있을 때 가능”, “정말 일평생 일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니..”, “9년만 근무시키고 내보네지 미쳤다고 10년 근무시키냐”, “대선후보들 이런 생각없는 공약 하지 마라. 지지율 더 깎아먹는다”
전국민 안식년제는 전날 안 후보가 배포한 정책집에 포함돼 있다. 정책집의 제목은 ‘함께, 안희정이 제안하는 시대교체, 함께 뛰면 가슴뛰는 나라’, 총 5가지의 대공약 가운데 세번째인 ‘과로 시대에서 쉼표 있는 시대’로의 첫 번째 세부공약이 ‘전국민 안식제’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10년을 일하면 1년을 쉴 수 있습니다, 회사 눈치보지 않고 학습, 여가, 돌봄을 합니다”라고 했다.
네티즌들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안 후보는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느라 직장 경험이 없다. ‘동지애’로 똘똘 뭉친 운동권이나 정치권과 직장문화는 전혀 다르다. 안 후보의 정책을 총괄하는 변재일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1975년 행정고시 16회로 공직에 입문해 2004년 정보통신부 차관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쳤다. 그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내리 4선을 했다. 30년 공무원 생활에 정치인생도 순탄했다.
◇안식년제 뜯어보니..
안후보의 전국민안식년제를 더 자세히 뜯어보자. 안 후보는 2가지를 제안한다. ‘안식년제’와 ‘안식월제’다. 안식년제는 2~3년 임금동결을 전제한 유급이다. 안식월제는 15~25일인 연가를 25일로 일원화하고 휴가저축제를 도입해 한달간 쉬자는 것이다. 당연히 유급이다.
한마디로 세금 투입 없이 휴가를 늘리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방식이다.
안 후보측은 논란을 예상했는지 기자들에게 ‘예시’ 자료까지 배포했다. 정규직원 1,000명, 평균연봉 6,000만원인 직장을 예로 들었다 . 매년 3.5%씩 인상되던 임금을 2년간 동결해 안식년을 주고 부족한 인력은 신규채용하자는 것이다. 10년 근무하고 1년 휴가가면 인력의 10%가 부족해지니 신규채용도 10%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재원계산은 이렇다. 직원 1,000명의 평균연봉 6,000만원을 2년간 동결하면, 매년 3.5% 인상시와 비교해 42억원의 여유자금이 발생한다. 이 돈으로 초봉 2,500만원의 신입사원을 100명 충원한다. 이렇게 되면 25억원을 들여 신규채용이 10% 늘어난다. 남은 돈(42억원-25억원)은 비정규직 및 용역근로자의 처우개선에 쓴다.
‘함정’은 여기서 발생한다. 상사눈치보느라 휴가 못쓰는 건 별개로 하더라도 평균 연봉 6,000만원의 경력 직원을 연봉 2,500만원의 신입직원으로 대체하는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늘겠지만, 당장 회사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평균 연봉 6,000만원의 직장을 사례로 든 것도 비현실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월급쟁이 평균 연봉은 3,250만원이다. 평균 연봉 6,000만원은 잘 나가는 중견기업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비정규직 없애자는 안 후보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남은 돈을 쓰자고 제안한 것도 말바꾸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안 후보는 이런 문제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풀자고 제안한다. 안 후보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협치’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안 후보는 “공공부문부터 도입하고 민간기업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확산하자”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10대 재벌, 상호출자제한그룹군, 금융기관 순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임금만 동결하고 신입사원 안 뽑으면?”
그래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안 후보측은 ‘전국민안식제 Q&A’까지 추가 배포했다. ‘1년간 쉰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질문에 “10년에 1년 안식년은 공공부문에 적용하기 위한 기본적 유형이고 기업은 특성에 따라 5년에 6개월, 3년에 3개월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안식년은 대학, 연구기관에서는 예전부터 도입돼 있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경우 교육, 유학, 연수 등의 제도가 시행중”이라고도 했다. 하늘의 별따기 처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얻는 연수 등의 기회를 ‘안식년’과 비교한 것이다.
‘안식년을 사용할 경우 불이익은 없나’는 질문에는 “휴가나 휴직시에 피해를 입지 않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함”이라고만 했고, 문화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10년 일하고 해고당하면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특별한 사유없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라고 답했으며, ‘기업들이 임금동결만 하고 신규직원을 안 뽑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질문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약속 파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약속파기에 대해서는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안식년제는 노무현의 유산..10년전에도 실패
이 세상에 나쁜 취지의 정책은 없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시계를 10년전으로 돌려보면 안식년제는 모두의 환영을 받았지만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2005년 5월 한 언론사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중앙인사위원회 업무보고에 ‘공무원 안식년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이 그해 3월께 중앙인사위 업무 보고를 들은 뒤 공무원들의 재충전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안식년제 도입과 해외 연수 기회 제공 등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현재 변질된 상태로 운영중이다. 공무원 안식년제는 도입이 불발됐고, 해외 연수는 ‘재충전’이라기 보다 골프나 치는 ‘외유’로 바뀌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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