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유한국당의 후보자 비전대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해온 ‘태극기 부대’가 몰려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김관용·김진·김진태·신용한·안상수·원유철·이인제·조경태·홍준표(가나다 순) 등 경선 후보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9대 대선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를 열었다. 각 후보 측에 100석씩 자리가 배정됐으나 행사장의 절반가량은 태극기 부대가 차지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해 ‘태극기집회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진태 의원이 입장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와 팸플릿을 흔들며 김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 의원이 연설할 차례가 되자 이들은 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었다. 김 의원이 연설 도중 한 문장을 마무리할 때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김 의원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하고 묻자 태극기 부대는 “아니오”라고 답했고, ‘국정농단이 문제라고 생각합니까’라는 묻자 일제히 “아니오”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홍보 유인물의 배경에도 태극기와 태극기 집회 사진을 담아 이들의 지지를 유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연단에서 내려간 뒤에도 연호가 계속되자 김 의원과 함께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조원진 의원마저 나서 장내를 정리했다.
이들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일제히 ‘내려와’라고 외쳤다. 현장의 기자석에서 인 위원장의 연설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야유와 고성이 이어졌다. 태극기 부대 중 김 의원 지지자들은 홍준표 경남지사 지지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연설 중에 “지난 3개월간 인명진 위원장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하자 김 의원 지지자 측에선 야유가 쏟아졌지만 홍 지사 지지자 측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야유와 고성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자 김명연 수석대변인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달라.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도 생중계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후보 연설은 추첨을 통해 조경태·원유철·신용한·김진태·김진·김관용·안상수·이인제·홍준표 후보 순으로 이뤄졌다. 한국당은 비전대회 직후 9명의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에 들어가 18일 1차 컷오프 통과자 6명을 공개할 계획이다. 여론조사는 책임당원 70%, 일반국민 30% 비율로 반영된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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