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양국 장관은 중국의 보복 대상인 한미 합작기업과 롯데의 피해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뿐 아니라 한미 합작기업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중국의 사드 보복은 부적절”=틸러슨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의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모두 두 차례 비판했다. 먼저 모두발언에서 “중국의 경제적 보복조치는 부적절하고 매우 유감스럽다. 중국이 자제할 것 촉구한다”고 말한 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한국에 대해 보복 조치는 불필요하고 유감스러운 행동”이라고 발언 수위를 한층 높였다.
틸러슨 장관의 중국 비판 논리는 ‘주변국의 방어 조치에 대한 압박은 부적절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은 동맹국 방위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포괄적 능력을 활용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며 “그래서 방어적 조치인 사드 배치를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의 큰 나라가 타국의 방어 조치에 대해 압박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도가 확고하다. 이날 틸러슨 장관이 중국의 사드 보복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할 게 아니라 모든 원인을 제공한 북한에 회초리를 들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실제로 틸러슨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중국은 한미가 사드를 필요로 하게 만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바란다”며 “이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통해 (핵과 미사일) 위협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이 18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같이 발언한 것은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의 예고편을 미리 공개한 것이다. 이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에 “북한은 아주 나쁘게 굴고 있다. 수십년간 미국을 갖고 놀았다. 그럼에도 중국은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틸러슨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의 만남에서 어떤 말을 할지 주목된다.
◇대북정책에 군사적 옵션도 포함=중국 측도 이날 틸러슨 장관 방중 때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할 뜻임을 시사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계속해서 6자회담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틀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에 호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제어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6자회담의 틀로 분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과 다시 대화하려면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 5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마찬가지”라며 북한의 변화가 우선돼야 어떤 형태든 대화가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날 틸러슨 장관이 한 말 중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대북 관계에 대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외교·군사·경제적 전방위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시사했지만 결국은 군사적 대응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북한의 위협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군사작전을 포함한 전방위적 대북 압박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은 우선 한미가 한반도 주변 군비를 대폭 증대해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에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고위급 외교 관료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강경 노선을 여러 차례 천명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미국 내부적으로는 북한 정권에 직접적인 공포를 심어줄 수 있는 군사작전을 벌이는 방안도 준비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맹준호·류호·빈난새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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