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저지하기 위해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도시바메모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리나라 산업은행에 해당하는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분리매각 단계에 있는 도시바메모리에 일부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출자금 마련을 위해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에도 출자를 요구하기 위해 관계기관들과 협의에 돌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도시바에 대한 “정부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정부가 다각도로 물밑작업을 벌여온 셈이다. 공적자금을 포함해 일본 정부가 확보하려는 지분은 34% 정도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30년간 축적된 도시바의 반도체 기술과 노하우가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은 중국계 자본에 도시바메모리가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신문은 경제산업성 내에서 “기술유출이라는 관점에서 중국이나 대만계로의 매각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정부의 지분참여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며 라이벌인 한국·대만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해외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34%의 지분을 확보하면 회사 경영상 중요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쟁국으로의 기술 유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본 자본이 지분 34%를 확보하려면 약 6,000억엔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은 공적자금 외에 도시바의 자체 자금과 협력업체 출자 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공조 가능성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미국의 재무적투자자와 공동 입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상무장관과 에너지장관은 워싱턴DC를 방문한 일본 경제산업상과 회동해 “도시바의 미국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가 미국 내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있기 때문에 도시바의 재정적 안정은 미국 입장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시바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외국계 자본의 최대 지분은 66% 이하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수후보는 10곳으로 압축됐으며 칭화유니그룹 등 중국 기업은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제안은 오는 29일 마감될 예정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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