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비리 의혹으로 나란히 재판정에 선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모든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고령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법정에 출석해 “롯데는 내가 만든 회사고 내가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왜 재판을 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의 첫 재판이 열렸다. 피고인 재판 출석이 의무인 정식 재판이라 이들 삼부자 외에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관계인 서미경씨도 법정에 나왔다.
신 총괄회장을 제외하고 5분 간격으로 법정에 들어선 롯데그룹 일가는 서로 눈빛을 피하며 각자 변호인과만 이야기를 나눴다.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은 20분가량 늦게 법정에 도착한 뒤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과정에서 “여기가 어디냐”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과 신 회장이 일본어와 필담으로 재판 중인 상황을 설명하자 “내가 만든 회사인데 누가 대체 나를 기소했느냐, 내가 횡령을 했다고”라며 신 회장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재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이 끝나자 30분 만에 신 총괄회장을 돌려보냈다.
직원들이 휠체어를 밀고 퇴정하려 하자 신 총괄회장은 다시 할 말이 있다며 법정으로 돌아와 “이 회사는 내가 만들고 내가 키운 회사다. 내가 100%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고 따지며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물었다. 재판부의 거듭된 퇴정 요청에 신 총괄회장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던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 퇴정 이후 이어진 모두진술에서 롯데그룹 일가 모두는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 부회장으로 한국과 일본 그룹의 경영 전반에 관여한 만큼 보수 지급은 적법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공소제기 배경이나 수사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신 회장은 모든 혐의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결정권을 쥐고 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 변호인은 “아버지로부터 매점 운영권과 관련해 상의받은 적도 없고 신 회장의 급여마저 아버지가 정한 금액을 채정병(전 롯데카드 대표)씨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총수 일가에 508억원 상당의 ‘공짜 급여’를 주게 하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손해를 보게 한 점,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의 혐의를 들어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재판에 넘겼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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