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애플 아이폰의 잠재적 라이벌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마트폰 스타트업 이센셜프로덕츠에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센셜은 스마트폰 운영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개발자 앤디 루빈이 설립한 업체로 올봄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해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벌일 예정이었다. 손 회장은 이르면 이달 출범하는 그의 ‘비전펀드’를 통해 이센셜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가을부터 협상에 들어가 비공식 합의까지 이뤘으나 지난 2월 최종 단계에서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이센셜에 투자한 뒤 일본에 있는 통신 자회사를 통해 새 스마트폰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철회했다.
■소프트뱅크, 투자 백지화 왜
손정의 회장 비전펀드에
‘협력관계’ 애플이 투자 결정
라이벌 기업에 돈 대기 부담
소프트뱅크가 이센셜 투자계획을 막판에 취소한 것은 올 초 애플이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에 10억달러를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후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온 애플이 펀드 투자까지 결정한 마당에 투자가의 잠재적 라이벌이 될 기업에 돈을 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이 직접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막지는 않았더라도 펀드 투자가들과 투자 대상 기업 간 이해충돌은 되도록 피하는 게 업계 관행이기도 하다.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1,000억달러의 규모로 운영할 예정인 매머드급 정보기술(IT) 투자 펀드로 거물급 벤처투자가로서의 그의 명성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IT 업계에서 보기 드문 막판 투자철회에 대한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WSJ는 “손 회장의 벤처투자가로서의 명성에 흠집을 낼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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