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 칼날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롯데·SK 등 대기업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조사대에 앉히면서 수사에 물꼬를 튼 만큼 다음 단계인 대기업, 우 전 수석 쪽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이후 대기업과 우 전 수석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특수본은 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선거가 본궤도에 오른 뒤 수사에 나서면 ‘선거 개입’이나 ‘판 흔들기’ 등 구설에 오르는 등 수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레이스가 다음달 초 시작되면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현재 우선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롯데·SK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이다. 특히 특수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가 SK와 함께 박 전 대통령 뇌물죄 수사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 전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 등 SK그룹 전·현직 수뇌부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불러 조사한 만큼 롯데가 다음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터라 특수본이 이르면 이번주에 신 회장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다음 순서로 꼽히는 것은 롯데를 비롯한 SK그룹 등 대기업 수사”라며 “검찰은 이들 대기업을 비롯해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과 금융농단 수사에도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우 전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 역시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뒤 투자자문업체 M사에서 자문료 형식의 자금을 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15일 해당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의경 복무 중 특혜 논란이 일었던 우 전 수석의 아들이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는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를 요청했다. 또 우 전 수석과 관련해 5명가량을 참고인 조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수사는 늦어도 다음주까지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라는 큰 숙제를 마친 만큼 검찰은 대기업은 물론 우 전 수석 수사까지 가속을 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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