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정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롤러코스터’와도 같다. 지난 2005년 정계에 처음 입문한 그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과 대선캠프를 거치며 박근혜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이후 증세와 국회법 개정안 처리 등을 놓고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유 의원은 ‘따뜻한 보수’와 ‘깨끗한 보수’를 새로운 기치로 내걸고 대선 출마라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정치인 유승민’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3대 키워드로 본 유승민
①‘朴의 남자’에서 ‘배신의 정치’ 오명
유 의원에게 ‘배신의 정치’는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단어다. 실제 유 의원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박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상대 진영인 이명박 후보의 저격수로 맹활약하며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당시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가관과 애국심이 정말 투철한 분”이라며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둘 사이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명 변경과 증세 문제로 엇박자를 타기 시작한 유 의원은 대선캠프에서 제외됐고 2015년 원내대표 시절에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이던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지적하며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그해 6월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하자 박 전 대통령은 유 의원을 겨냥해 “국민들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공격했다. 결국 유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선해 복당했지만 친박과의 계속된 갈등 끝에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유 의원은 배신자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국민을 배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만약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고 할 말을 하는 게 배신이라면 그런 배신은 계속하겠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②안보는 ‘우클릭’, 경제는 ‘좌클릭’
유 의원을 수식하는 또 다른 단어는 경제 전문가다. 유 의원은 올해 초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많은 대통령 후보 가운데 경제 전문가는 제가 유일하다. 새로운 경제 성장 전략으로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면서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을 지낸 자신의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보수진영의 대선주자이지만 그가 주창하는 경제정책은 다소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내세웠던 감세 중단과 복지예산 확대, 야당 무상급식·무상보육정책 수용 등의 정책은 진보정당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5년 집권여당의 원내대표 시절 정부와 충돌했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선언은 심상정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재벌총수의 사면·복권금지와 증세를 통한 중부담·중복지 역시 기존 보수정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정책들이다. 때문에 보수논객으로 유명한 전원책 변호사는 한 TV 토론에서 유 의원을 “좌파적 사고에 젖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보에서만큼은 철저한 우파를 지향한다. 유 의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와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며 진보진영의 대선주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③금수저 물고 태어난 까칠한 모범생
대선주자들이 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너도나도 ‘흙수저’와 ‘무(無)수저’ 출신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유 의원은 ‘금수저’에 가깝다. 유 의원의 부친은 1970년대 부산지법 부장판사와 대한변협 부회장을 거쳐 대구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이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을 바탕으로 힘들이지 않고 정계에 입문했다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은 항상 그를 따라다닌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유 의원은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가진 자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같은 정신이 없는 게 문제”라며 “하지만 가진 자가 세금을 더 내고 모든 걸 깨끗하게 한다면 ‘부잣집 아들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소 까칠한 모범생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유 의원은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그는 “스킨십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약한 분들에게는 따뜻하고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유 의원은 까칠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팬클럽과의 미팅 횟수를 늘려가는 것은 물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간 유승민’의 진솔한 모습을 알려가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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