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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믿어 말어' 올해도 어김없는 폴러코스터

조사방식 따라 지지율 천차만별

낮은 응답률도 '문제'..지지율 절대수치보다 추세에 주목해야

빅데이터는 여론조사와 '딴판'

폴러코스터(Pollercoaster). 여론조사를 의미하는 폴(poll)과 상승·하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rollercoaster)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가 기관마다 천차만별인 현상을 빗댄 단어다. 한마디로 여론조사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론조사가 ‘전가의 보도’처럼 격상된 시기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과 정몽준간 후보단일화에 여론조사가 활용하되면서부터다. 이후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민심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활용돼 왔다. 여론조사는 정말 믿을 만한가.

▲들쑥날쑥 여론조사

*자료 : 각사, 전국 단순 지지율, 단위 : %






지난 1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3개를 들여다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차이점은 지지율 격차.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선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같은 당 안희정 후보보다 21%포인트 앞선다. 반면 리서치플러스, 케이티엠엠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각각 11.3%포인트, 10.4%포인트로 좁혀진다. 여론조사간에 오차범위를 웃도는 심각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없음/모름/무응답’이라고 답한 이른바 ‘부동층’이다. 리얼미터 조사는 부동층이 8.2%인 반면, 리서치플러스는 25.6%에 달한다. 부동층 비율과 문재인 후보 지지율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조사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ARS(자동응답시스템)와 면접을 혼용하는 리얼미터 조사는 부동층이 적은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ARS는 면접원과의 대화가 없는 ‘익명’ 방식이어서 응답자들이 지지후보나 정치성향을 부담없이 드러낸다는 것이다. 반면 면접만으로 진행되는 리서치플러스 조사는 ‘부동층’이 많다. 면접원에게 자신의 정치성향이나 지지자를 밝히기 꺼려하는 유권자들이 ‘모름이나 무응답’으로 답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ARS는 허위 조사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투표권 없는 아이들이 어른인척 하고 답변을 하더라도 걸러낼 방도가 없다. 따라서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면접 방식이 ARS보다 조사 비용이 더 큰 단점은 있지만, 정확도 면에서는 우월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선과 무선조사의 비율에 따라서도 편향이 발생한다. 유선 비율이 높을수록 노년층 여론이 더 많이 반영되고, 무선 비율이 높으면 그 반대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스마트폰앱을 사용하는 케이티엠엠 조사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참혹하다 싶을 정도로 낮은 응답율이다. 낮은 응답율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응답을 거부하는 유권자에 일정한 편향이 발생하면서 여론조사를 왜곡시킨다. 예컨대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 학생 등 젋은층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응답률이 낮은 수록 보수성향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답변을 유권자에게 재차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재조사’가 필수적이지만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조사를 마쳐야 하는 국내 여론조사 환경상 쉽지 않은 일이다. 여론조사만 가지고 ‘대세론’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또 하나의 변수가 존재한다. 이른바 ‘샤이 보수’의 존재다. 자신의 지지후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샤이보수들은 ‘대세론’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부동층’이나 응답거부자의 상당수가 ‘샤이보수’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정교하다는 미국의 여론조사마저 예측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샤이보수’의 존재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절대 수치보다 추세가 중요

따라서 여론조사는 지지율 자체보다는 지지율의 추세, 즉 기세가 중요하다.

자료: 리서치플러스


리서치플러스 조사를 보면 지난 3~4일 조사에서 32.8%의 지지를 얻은 문재인 후보는 17~18일 조사에서 27.7%를 얻어 5.1%포인트 빠진 반면, 안희정 후보는 같은 기간 13.2%에서 16.4%로 올랐다. 이재명 후보는 9.8%에서 7.1%로 내려앉았다.

주간단위로 실시하는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지난 6~10일 조사 당시 35.1%에서 15~17일 36.6%로 1.5%포인트 올랐고, 안희정 후보도 14.1%에서 15.6%로 1.5%포인트 상승했다. 이재명 후보는 10.3%에서 10.8%로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지율의 절대 수치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이지만 지지율의 추세를 보면 안희정 후보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빅 데이터는 안희정 ‘승’ ..정의당 심상정도 ‘인기’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후보 순으로 지지율이 높지만, 온라인 검색 빈도 조사는 사뭇 다르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2월 네이버 검색 빈도에서 안희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는 모양새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특정 키워드, 이슈를 검색한 빈도의 추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 검색량이 가장 많은 시기를 100으로 정하고 이후 수치를 상대적으로 환산해 보여준다.

자료 : 네이버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후보의 최근 3개월간 검색량을 비교해본 결과 지난 1월 2일 기준 이재명 후보 71, 안희정 후보 51로, 문재인 후보(19)보다 높게 기록됐다. 1월 30일경에는 안 후보가 100으로 가장 높았다.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각종 논란에 휘말리자 안희정 후보에게 관심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검색량 추이를 통해 향후 전망도 예측가능하다. 안희정 후보는 지난 1월 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을 압도한 이후 2~3월 초까지 추락하다 3월 초 반등하는 흐름이다.

1월 30일 검색도 100을 기록한 안 후보는 3월 초 30으로까지 하락하다 지난 13일 46을 기록해 오름세로 돌아섰다. 문재인 후보는 최고 검색량이 55를 기록할 정도로 최근 3개월 간 지지부진한 관심도를 보였다. 지난 13일에는 35로 집계되며 관심도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2월 말 15로 최저를 기록한 이후 13일 38로 올라서며 반등하는 기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안희정, 이재명 후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찍이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한 문 전 대표에 대해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지지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관심도 조사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처럼 여론조사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우세했지만 구글 트렌드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앞섰다.

유승민, 남경필 등 대역전을 꿈꾸는 군소 대선주자도 5%에도 못 미치는 여론조사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등에서는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군소 대선주자들의 이름을 입력해본 결과 특정 시점에는 문재인, 안희정 등 유력대선 주자보다 높은 주목도를 보이기도 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달 6일 심상정 후보의 검색량은 52로 문재인 후보(55)에 근소하게 뒤졌지만 안희정 후보(30)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은 심상정 후보가 장애인 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 노동권 교육권 주거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약을 발표한 날이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숨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까칠한 이미지를 상쇄시키기 위해 벽에 기대 자는 모습, 손하트를 그리는 모습 등 친숙한 모습을 담은 짤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심상정 후보는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를 패러디한 영상을 배포해 화제가 됐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대중에 시선을 끄는 발언을 해 주목을 유력 대선주자보다 높게 받긴 하지만 이게 지지율로 이어지려면 비전 있는 정책 제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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