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특유의 상체를 활용한 몸짓에 골반의 곡선미가 더해진다. 한국 무용인듯 현대 무용인듯 두 세계가 무용수들의 몸 안에서 만난다.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몸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혼합’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이달 24~2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올해 첫 작품으로 ‘혼합’을 선보인다. ‘혼합’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지난해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3년간 창작과정을 거쳐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국립샤요극장에서 초연하며 호평을 받았고 이후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온스테이지코리아(미국 워싱턴) 등에 초청됐다.
이번 작품은 인트로부터 피날레까지 총 10개 파트로 구성됐다. 조선시대 사당패의 남도 잡가부터 거문고·가야금 산조, 슈만의 피아노 4중주에 아프리카 타악 연주, 힙합음악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용수들은 동서양이 어우러지는 몸짓으로 ‘혼합’을 표현한다. 이른바 안성수 감독이 도입한 ‘몸의 중립화’를 통해 무용수들은 장르와 테크닉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거문고산조에 맞춰 스트리트댄스를 선보이는 객원 무용수 장경민의 무대, 아프리카 타악에 맞춰 5명의 무용수가 ‘정체불명’의 혼합 춤을 추는 파트 모두 처음 무용을 접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롭다. 그러나 빠른 템포로 흘러가던 무대는 길흉화복을 비는 제의로 다소 처연하게 마무리된다. 이에 대해 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프리뷰 행사에서 안성수 감독은 “굳이 국내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며 “억울한 영혼들을 잘 보내드리고 싶어서 제의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안성수픽업그룹을 통해 그간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분리, 해체, 재구성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은 만큼 앞으로도 국립현대무용단을 통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접목하는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7월에는 안 감독이 직접 안무를 짠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무대에 올린다. 또 12월에는 ‘투오넬라의 백조’를 통해 ‘몸의 중립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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