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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통사람’ 손현주 “이제야 제게 맞는 옷을 입은 기분”

2012년 5월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는 배우 손현주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이전까지는 드라마 ‘첫사랑’의 ‘주정남’이나 ‘장밋빛 인생’의 ‘반성문’처럼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가 강했던 손현주는 ‘추적자 THE CHASER’에서 음모에 의해 딸을 잃고 그 배후를 추적하는 형사 ‘백홍석’을 연기하며 의외로 스릴러에 잘 어울린다는 새로운 평을 듣게 된다.

영화 ‘보통사람’ 손현주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추적자 THE CHASER’ 이후 손현주는 2013년 충무로가 주목하는 최고의 배우로 떠올랐다. 전국 700만을 동원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북한 특수부대 장교 ‘김태원’을 연기하며 강렬한 액션과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이어 8월에는 스릴러 영화 ‘숨바꼭질’이 전국 500만 관객을 넘기는 예상 외의 흥행을 기록하며 원톱 배우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숨바꼭질’의 성공 이후에도 손현주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계속 됐다. 드라마로는 ‘황금의 제국’과 ‘쓰리 데이즈’로, 영화로는 ‘악의 연대기’와 ‘더 폰’으로 이어지며 손현주에게 ‘스릴러 킹’이라는 별명까지 안겨줬다.

하지만 23일 개봉한 손현주의 신작 ‘보통사람’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1987년을 배경으로 연쇄살인범과 안기부가 등장하고 손현주가 강력반 형사 ‘성진’을 연기하니 스릴러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보통사람’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 형사 ‘성진’이 연쇄살인사건을 조작해 불온한 사회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 분)과 부딪히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오히려 일상의 풍경을 강조한다.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제 옷을 입었어요. 런닝셔츠에 추리닝. 제 옷을 입으니 너무나 편해요. 그동안 정장 입고 나오니 어색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제 옷에 맞는 배역을 좀 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손현주가 ‘스릴러 킹’으로 불린다고 해도 역시 그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는 일요일 오후에 늘어진 런닝셔츠를 입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담배 한 대를 피는 옆집 아저씨의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리고 친숙하다. 사실 지금이야 ‘스릴러 킹’으로 불린다고 하지만, 그 이전 손현주는 자타공인 모두가 인정하는 서민연기의 대가였지 않나.

영화 ‘보통사람’ 손현주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영화 ‘보통사람’은 손현주의 서민연기가 절정에 달하는 작품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민주화 운동을 하다 체포된 학생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등장하는 손현주의 첫 이미지는 조금 생경하지만, 바나나 두 개를 사들고 아들과 아내에게 건네고 바나나 껍질을 이빨로 갉아먹는 ‘아버지’의 모습은 손현주 외에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영화 ‘보통사람’이 손현주에게 또한 특별한 이유는 영화의 배경이 바로 손현주의 대학생 시절인 1987년이라는 점이다. 당시 손현주는 학생운동 대신 열심히 소극장에서 땀을 흘리던 대학생이었지만, 그의 친구들 중에도 학생운동을 하다 붙잡혀 옥고를 치룬 친구들이 없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제가 1984년에 대학에 입학했으니, ‘보통사람’의 배경은 저에게는 익숙한 과거에요. 당시는 학교에 가다보면 하얀 분말이 쏟아지는 것이 당연할 때에요. 사회적으로는 격동의 시기였고, 저희에게는 방황과 갈등의 시기였죠. 그 시기에 대학을 다닌 제 입장에서 ‘보통사람’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영화에요.”

“1987년에는 길거리에서 전경과 대학생들이 충돌하는 모습이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서글픈 일이죠. 대학생들과 싸우는 전경들도 결국은 대학생들이거든요. 이것은 전경과 대학생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사회의 잘못인 거지. 우리는 졸업할 때까지 늘 그런 세월을 겪으면서 다녔어요. 애처롭죠. 사실 그 시대는 모두가 피해자에요.”

영화 ‘보통사람’ 손현주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손현주에게는 그 나름의 주기설이 있다. 처가살이를 하며 장모에게 구박받는 남편을 2년 정도 연기하고 나면, 다음에는 이혼남 연기를 2년 정도 하는 식의 주기가 있었단다. 그리고 이젠 한동안 스릴러를 했으니 다시 손현주 본연의 서민적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시간이 돌아왔다.

“제가 무명생활이 좀 길었고, 어디 오디션 보러가면 2주만 기회준다는 소리를 진짜 많이 들었거든요. ‘바람은 불어도’나 ‘첫사랑’도 2주만 기회를 주고 시작한 작품이에요. 그래도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제가 처음부터 배역을 제대로 받아서 연기를 시작했다면 전 오히려 여태까지 배우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옛날 무명시절에 제게 아픔을 준 사람들이 손현주라는 배우 인생의 선생님인 거죠.”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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