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도가 아픔이 서린 곳에서 치유하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25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 되며 인양 작업이 사실상 ‘9부능선’을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추적하게 내리는 비 때문인지 뜻하지 않게 지난 3년간 세월호를 품어야 했던 진도군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진도에서 약 15년간 택시를 몰았다는 김모(56)씨는 “알게 모르게 세월호 때문에 팽목항을 찾는 유가족들이나 손님들을 많이 태웠다”며 “이제 표정만 봐도 어떤 기분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세월호는 진도 주민들에게도 아픈 상처다. 별안간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참사를 몸으로 경험해야 했다. 김씨는 “사고 당시 진도 어민들이 전부 달려나가 구조 활동을 벌였다”며 “유리창 너머로 울부짖는 아이들을 본 어민들은 며칠 동안 잠도 자지 못하며 술로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 잃은 부모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 심정은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미향(17)씨는 “세월호사고가 일어난 날 세월호보다 조금 앞서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고 있었다”며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 인양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들지만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겠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 인양으로 진도 역시 새로운 변곡점을 맞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팽목항을 자주 찾는다는 조모(63)씨는 “배 안에 남아있는 원혼들이 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면서 “진도도 이번을 계기로 아픔이 아닌 희망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말심(72)씨는 ”아침까지 비가 내리며 한껏 흐렸는데 해가 나기 시작했다”며 “세월호 인양으로 진도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도 밝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진도=이두형·최성욱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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