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EU 탄생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서명 60주년을 맞아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다중속도(Multi-speed)의 유럽’ 방안 등 새로운 미래 청사진에 합의했다. 그러나 환갑을 맞은 EU의 새로운 지향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어 EU가 영국의 탈퇴로 불거진 위기를 무사히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로마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충격 최소화, EU 결속 강화 방안 등 미래 청사진을 논의했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뭉쳤으며 유럽은 우리 공동의 미래”라고 강조한 정상들은 지속적인 통합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임에 공감하며 ‘로마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선언문에서 정상들은 안전한 유럽, 지속 가능한 번영된 유럽, 사회적 유럽, 세계무대에서 강력한 유럽이라는 네 가지 이상을 토대로 발전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특히 선언문에서 회원국들은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함께 행동하되, 필요하면 다른 속도와 강도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각 회원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게 협력의 강약을 달리할 수 있는 ‘다중속도 유럽 방안’을 지향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리더 격 국가인 독일·프랑스와 경제가 휘청이는 그리스·이탈리아 등 남유럽, EU 가입 역사가 짧은 동유럽 등 서로 다른 회원국들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통합을 지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다층체제를 명시한 선언은 곧 EU를 서유럽 중심 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라며 서명을 거부했다가 전날에야 입장을 바꾸는 등 불협화음을 노출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오는 29일 영국의 브렉시트 공식 선언을 앞두고 EU가 마주한 현실적 위기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뒤를 이어 다른 회원국이 추가로 탈퇴할 경우 EU는 붕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날 바티칸에서 EU 정상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한 교황 역시 “현재의 유럽은 ‘가치 공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육체가 방향 감각을 잃고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도록 퇴행하면 이는 결국 사망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새로운 비전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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