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은 경쟁력 1%를 놓고 벌이는 싸움입니다. 기업이 빅데이터를 다룰 수만 있다면 ‘퍼센티지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1년전 인공지능(AI)과 인간 대결을 앞두고 AI 완승을 점쳤던 김진호(사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학과 교수는 AI시대에 경영자가 데이터의 가치를 하루빨리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빅데이터와 AI로 대표되는 4차산업 혁명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데이터 분석을 대충 IT 관련 부서에 떠맡기는 경영자가 결국 기업을 쇠락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최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강연에서 “기술혁명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 또는 다른 기업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에서 새로운 가치를 뽑아내고 있다”며 “AI가 스스로 배우는 기계학습(딥러닝)으로 빅데이터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고 있는데 이를 이끌고 있는 곳이 곧 구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 앞서 바둑계는 물론 과학계까지 압도적으로 인간 승리를 예견했지만 김 교수는 인간 완패를 점쳤었다. 그는 “당시 온갖 비난이 폭주했지만 댓글에 올려진 70%의 악플들은 대부분 AI패배의 논리와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딥마인드 개발자들이 쓴 알파고 관련 논문을 김교수는 대국 전 모조리 분석했다. 16만건이 넘는 기보를 배우고 인간의 직관까지 흉내 내는 AI의 학습능력을 간파한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은 인간 필패였다. 그는 “알파고 다음 버전의 능력을 감안하면 개인적 시각에선 인간이 6점을 먼저 깔고도 AI를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미 알파고쇼크 이전부터 기업환경이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비즈니스(Digitizing business)로 변했다고 규정했다. 구글이 5억달러에 사들인 미 인공위성 벤처업체 스카이박스는 위성영상을 통해 글로벌 기업, 산업현장, 공장들 사진을 실시간으로 모으고 분석한다. 공장 앞에 놓인 컨테이너가 몇 개인지까지 위성사진으로 분석해 전 세계시장의 수급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앞서는 기업들과 달리 자기회사에 데이터를 쌓아놓고 분석, 관리도 하지 않는 데이터 낭비자들도 존재한다”며 “결국 통찰력을 갖고 비즈니스 혁명의 궤도에 함께 오르느냐, 오르지 못하느냐는 CEO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 요건으로 김 교수가 뽑는 3가지는 비전과 체계, 그리고 교육이다. 그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만 맡기고 소통 부재로 데이터분석 표준화에 실패해 비용만 증가하고 있는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라며 “빅데이터를 다루려면 먼저 기업이 소통의 문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직원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의 직관과 경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의사결정은 소통의 적이다. 그는 “기업경영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외국 기업들이 ‘데이터 없이 주장하는 것은 신처럼 행동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자본이 없는 청년 예비창업자들에게 기회다. 김 교수는 “수많은 공공데이터, 오픈 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큰 자본 없이도 1인기업가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며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돈 없이 돈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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