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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피난처 도시'





로스앤젤레스(LA)·뉴욕·시카고의 공통점은 뭘까. 순서대로 미국 내 한국 교포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라는 배경이 눈에 띈다. 피난처 도시는 취업이나 사회보장 등에서부터 경찰의 단속·불심 검문까지 불법 이민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시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다.

피난처 도시는 캘리포니아주의 버클리 시가 1971년 ‘피난처 결의’를 하면서 출발했다. 시의 정책으로 구체화 된 것은 1979년 LA에서다. 당시 LA 시는 경찰이 체포자에 대해 이민과 관련한 ‘신분의 상태’를 묻지 말아야 한다고 아예 조례로 규정했다. 역사적으로 멕시코 땅이었다가 미국으로 편입된데다 히스패닉계 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배경이 작용했다. 이후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형태의 조례와 정책을 도입해 미국 내 400곳의 도시와 카운티가 ‘피난처 도시’다.



2000년대 이후 피난처 도시는 워싱턴 정가의 주요 쟁점이 된다. 9·11 사태와 실업자 문제로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피난처 도시에 대한 찬반이 민주·공화 양당을 대표하는 진영논리가 된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경쟁자인 밋 롬니로부터 뉴욕을 피난처 도시로 만들었다는 집중 비난을 받는다. 줄리아니의 뉴욕시장 경력이 ‘불법 체류자의 천국 만들기 일조’라는 족쇄로 작용했고 결국 그는 중도 사퇴했다.

LA·시카고 등 34개 도시와 카운티가 최근 피난처 도시 지키기에 나섰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이들 도시의 연방예산 회수 행정명령에 대해 위헌적이라며 연방법원에 전국에 적용되는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까지 요구하면서 연대하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비협조적인 지자체 118곳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부 사정이지만 200만명에 달하는 한인 교포사회를 생각하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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