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올라왔는데 외교안보는 가라앉아 버렸습니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조금씩 재개해야 합니다.”(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미중 간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도록 우리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합니다.”(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때 우리 정부의 외교·통일정책을 책임진 전직 장관 3명이 실타래처럼 꼬인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해 지금의 외교안보 상황의 엄중함부터 인식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4일 통일미래포럼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한반도의 미래:외교로 묻고 통일로 답하다’ 토론회에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나서 한반도의 외교 고립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송 전 장관은 최근의 미중 갈등을 거론하며 “가장 강대한 두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북한) 하나 못 잡는 것은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안 맞아 그렇다”면서 미중 간 이해관계의 조화를 위해 우리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길을 하나하나 차단해 남은 길은 미국밖에 없다”면서 “북한이 좋든 싫든 한반도에서 공존해야 하는데 차단했다. 일본과도 위안부 문제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못한다고 해 차단했다. 중국은 하다 보니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포함해 차단했다”고 지적한 뒤 “한국 외교는 차단한 길들을 하나하나 열어야 숨을 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전 장관도 “중국과 원수가 되고 일본과도 불편하고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가 아니며 남북관계는 단절됐다”면서 “북핵정책이 잘못돼 외교안보 및 남북관계와 관련해 길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류 전 장관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요약하는 표현이 ‘풍랑 속 조각배’가 아닐까 싶다”면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조각배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풍랑을 잘 헤쳐나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상징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미국이 북한에 북미관계 개선의 시그널을 주고 북한도 핵·미사일 실험 동결 선언을 하는 등의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이 재개돼야 한다고 보지만 쉽지는 않다”면서 “개성공단 말고도 모조리 닫혀 있는데 인도적 문제 등 남북 간 물밑 접촉으로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