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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지침 확정...대선 줄서기 나라살림 경계한다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2018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가 정기국회에 새해 예산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해마다 이맘때 예산편성 방향을 각 부처 등에 제시하지만 이번에는 예년과 사뭇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조기 대선이다. 5월9일 19대 대선 직후 새 정부가 들어선다. 대선 일정이 예산편성 과정에 끼는 바람에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정부 부처에서는 새해 나라살림을 어떻게 짜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 부처가 재정당국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만료일은 5월26일이다. 대선주자의 대진표도 만들어지지 않은 현시점에서 미래에 등장할 정책기조를 예산안에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기재부는 대선 이후 보완지침을 전달하는 방안을 모색한다지만 정부 예산안 확정과정에서 갖은 혼란과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반쪽짜리 지침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 조직개편이라도 단행한다면 예산대란까지 부를 수 있다.

재정당국은 대선주자 공약의 공통분모를 추려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 저출산, 양극화 대응 등을 4대 핵심과제로 담았다고 한다. 하나같이 소홀히 할 수 없는 정책 현안이지만 양극화 대응은 참여정부 이후 재등장했다는 측면에서 특정 정파 줄서기라는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자칫하면 국정 공백기를 틈타 각 부처에 대선주자 코드 맞추기식 예산 요구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포장만 다른 채 씀씀이가 엇비슷한 중복 과잉예산을 피할 길이 없다.



정부 예산이 국민 대의로 뽑힌 정권의 국정철학과 정책과제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아직 선출되지 않은 잠재적 대권주자에게 편향된 예산편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초유의 반쪽짜리 예산편성 지침은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5년마다 되풀이된다. 한번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관행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 재정당국과 각 부처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줄서기 예산이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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