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술 수준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한때 중국을 앞질러 일본·미국 등을 추격했지만 이제는 중국에도 밀린 상태다.
29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일본·유럽연합(EU)·미국 등의 GMO 기술 수준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기초연구, 응용·개발, 기술 수준 등 전 분야에서 최고 기술보유국인 EU와 4년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5개국 중 최하위로 처졌다. 일본과의 연구·기술격차는 2년 이상이었고 미국과는 0.4~1.2년 차이가 났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EU와의 기술격차는 지난 2012년 4년이었지만 2014년에는 4.1년으로 0.1년 늘었고 일본과는 0.8년이 더 벌어졌다. 최고 기술국 대비 80% 수준까지 올랐던 기초연구와 응용·개발 연구 수준도 이제는 70% 중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뒤떨어졌던 중국이 지금은 우리를 추월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중국은 2012년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기술 수준과 응용 연구는 3.3년, 기초연구는 3.2년 뒤떨어졌지만 2014년에는 기술 수준은 0.3년, 기초연구는 0.7년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이 안전성 논란에 발목을 잡힌 사이 중국은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화공은 세계 2위의 다국적 종자기업인 신젠타를 430억달러(약 52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승인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돼 미국은 이미 승인을 마쳤고 EU 역시 조만간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으로서는 신젠타가 보유한 GMO를 비롯한 각종 육종 신기술까지 넘겨받게 됐으니 날개를 단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용화의 길이 막히면서 관련 기술이 학교와 연구소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기술이 있어도 시장에 내놓지를 못하니 민간기업이 나설 리도 없다. 학계의 기술 수준이 미국 대비 82%까지 올라선 데 반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구 수준은 69%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 GMO에 반대를 하더라도 연구개발은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는 반(反)GMO 정서가 반(反)기업 정서와 결합해 증폭돼 나타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GMO 개발에 나서는 간 큰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