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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유전자가위 GMO 대안 부상... 정보공개 확대로 신뢰 쌓아야

외래 유전자 없이 문제 해결... 개발비도 기존 40분의 1

규제 대상 여부 아직 결정안돼 당분간 논란 계속될 듯

국민 불신은 심리적 불안 투명한 정보가 오히려 편견 줄여

2016년 4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식물병리학자인 이농 양 박사에게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한 장의 편지가 날아왔다. “미국 동식물검역소(APHIS)는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가위(CRISPR-Cas9)’로 개발한 갈변 저항성(장기간 보관 가능한) 양송이버섯을 규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버섯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외래 DNA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농작물의 상업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뺄셈의 마법’ 유전자 가위, GMO 대안 급부상=GMO 안전성 논란의 핵심은 외래 유전자의 존재 여부다. 외래 유전자가 삽입된 작물은 원래의 작물과 전혀 다른 존재이고 따라서 안전성 검증이 오랫동안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GMO 시장을 뒤흔들 만한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유전자 가위’다. 유전자 가위란 질병을 일으키거나 악영향을 주는 유전자만 따로 제거해 문제를 없애는 기술이다. 기존 작물에 외래 유전자를 넣지 않고도 몸에 좋고 우수한 작물을 만들 길이 열린 것이다. 학계와 산업계가 유전자 가위에 주목하는 이유다.

개발 비용도 저렴하다. 다국적 기업이 GMO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400억~1,500억원 수준. 연구개발비로만 1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다국적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정부 연간 예산이 80억원, 국내 최대 종자 기업의 연간 R&D 투자액이 110억원에 불과한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다면 이 비용을 10억~15억원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기술 차이도 거의 없다. 잘 이용한다면 국내 농업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다국적기업과 충분히 겨룰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벤처기업인 툴젠이 농우바이오와 항암·항산화 기능을 높인 유전자 교정 당근을, 동아대와는 혈압을 낮추는 올레인산 고함유 콩을 개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GM 옥수수·콩 수입 대체 움직임도=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농무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가위를 GMO로 볼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물론 우리나라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리가 우선”이라며 “이후 사회적 합의까지 도출돼야 하기에 이른 시점에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유전자 가위도 GM 규제를 받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GMO 기술의 사장을 막기 위해 수입 GM 작물을 국산으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서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몬산토 등 다국적기업들로부터 수입되는 GM 작물 물량은 2015년 기준 1,024만톤, 금액으로는 23억6,700만달러(약 2조6,700억원)에 달하며 주로 동물 사료나 식용유, 간장, 전당분 등으로 가공 판매된다.

실제로 LG화학 계열사인 팜한농은 수입 옥수수와 콩을 대체하기 위한 작물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팜한농이 추진하는 GM 옥수수와 GM 콩은 본격 개발의 전 단계인 형질개발 단계로 본궤도에 올라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성공할 경우 몬산토 등 다국적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GM 시장에서 10~20%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전표시제 등 정보 공개 확대로 불신부터 완화해야=일각에서는 생명공학을 활용한 작물에 대한 국민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유전자 가위도, 수입 대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찬반 양측 모두 GMO 기술 개발의 중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는 “GMO는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거대한 흐름”이라며 “지금은 이런 기술을 어느 부문에 어떻게 활용할지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논란이 계속된다면 기술개발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국민 불신 해소를 위해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임성민 연구위원은 최근 유전자 가위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국내외 정보를 적극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학계·산업계·국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MO 표시제를 더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법으로는 GM 작물을 원료로 해도 가공을 거쳐 DNA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불안은 과학적 불안이라기보다 먹거리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라며 “GMO 완전표시제와 non-GMO 표시제를 인정한다면 자신이 어떤 원료로 만든 제품을 먹는지 알 수 있고 이것이 오히려 GMO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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