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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앤젤리나 졸리, 나의 선택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지난 2013년 5월 앤젤리나 졸리는 뉴욕타임스(NYT)에 ‘내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이라는 특별기고를 실었다. BRCA 유전자 검사를 받고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양쪽 유방절제수술 후 인공보형물을 이용한 재건 과정을 소상히 밝혀 세간의 화제를 낳았다. 졸리가 가지고 있는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방암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50%였다. 졸리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각각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유명 여배우인 졸리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졸리는 공개 이유에 대해 “자신이 암의 그늘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모르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들도 유전자 검사를 받고 만약 위험도가 높다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나의 선택’이라는 말은 의료 서비스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 새 시대에는 자신의 유전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의사가 아닌 환자 자신에게 있다.

국내에서는 이달부터 위암·폐암·대장암 등 10개 고형암과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6종의 혈액암, 유전성 난청 등 유전성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 비용의 50%를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오는 6월30일부터 체질량지수와 탈모·비만·카페인대사 등 일부 항목에 대해 개인이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소비자직접의뢰(DTC) 검사시장이 열리며 최신 유전자 검사 기술의 혜택이 대중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전자 검사를 둘러싼 규제와 편견이 여전히 존재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바이오헬스의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 졸리가 받았던 BRCA 유전자 검사의 경우 20만원 수준이면 가능하지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유전정보는 인간의 기본적인 알 권리이며 이를 이용할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개인의 의지에 따라야 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누군가를 통하지 않고는 내 세포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에 내가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옳은가. 규제 당국과 의사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유전정보에 대해 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스스로 해독하게 놔둘 수 없다고 한다. ‘의료인이 아니라면 진실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무엇이 진실이고 합리적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규제 당국자와 의사들뿐이다. 당신에게 무엇이 합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지는 우리가 결정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클라우드컴퓨팅과 스마트기기·빅데이터·딥러닝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이자 지금 우리 눈앞에 실현되고 있는 이 기술들은 의사에게 집중된 의료의 중심을 개인으로 바꿀 것이다.

“모든 환자는 자기가 선택한 분야, 즉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있어서는 전문가다.” 세계 최고의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의 편집자 엠마 힐의 말이다.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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