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그 이상에 대해 정부가 개발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수도권에서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는 단지는 총 142개, 9만가구에 달하고 특히 강남 일부 단지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부담금이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두 번 유예된 환수제가 내년에 시행되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부담금 폭탄을 맞게 된다. 환수제 유예연장 찬성 측은 금리 인상 등 이미 악재가 많은 부동산시장에 초대형 악재가 될 환수제 시행을 추가로 미루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등이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부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만큼 내년부터 시행돼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2006년 9월25일부터 시행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환수제에 대해 ‘주택재건축사업에서 발생되는 초과이익을 환수함으로써 주택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기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입 때부터 위헌 등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제정목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유효성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 법이 시행된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와 국회는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시행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예가 결정된 2012년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평균 4억원 이상 올랐다. 정부의 저인망식 규제 완화로 생겨난 투기적 가수요가 강남 재건축으로 몰리면서 2006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재유예가 결정된 2014년 이후 2년간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3억원 이상 올라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 폭의 4배에 달했다.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15.9%나 급등했다. 1% 남짓한 물가상승률의 16배에 달하는 폭등세다.
지난해 11·3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오름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폭등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수요를 가지고 있고, 또한 투기적 자금을 끌어들이는 강남 재건축의 매력 때문이다. 2016년 말 강남 재건축 아파트 평균가격은 13억9,159만원이었다. 수십 군데의 고가 아파트 단지가 앞으로 줄줄이 재건축될 경우 웬만한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은 머지않아 20억~30억원에 달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떠오르는 부동산 시장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다. 부동산 부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부동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게 된다. 최근 깊어지는 부동산 불평등, 즉 ‘자산 부의 불평등 배분’ 중심에 강남의 초고가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
환수법은 처음부터 강남 재건축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사실상의 맞춤형 특별법이다. 지난해 11·3대책 이후 일시적으로 가격 안정화가 보인다고 해서, 혹은 시장침체를 막기 위해서 환수제를 유예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이 거세어지고 있다. 10년 전 도입 당시와 다르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실 강남 재건축이 불러오는 한국 특유의 부동산 시장 문제를 놓치거나 외면하고 있다.
환수제 폐지론자들은 환수제의 위헌론을 주장하고 있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의 부당성, 개발이익 추정방식의 문제, 이중과세 등 과잉금지 위반 등을 그 근거로 삼는다. 위헌문제는 제정 당시에도 불거졌지만 나름대로 걸러진 것이다. 주장이야 다시 할 수 있지만 환수제 폐지론자들은 초과이익환수가 과세가 아니라 부담금 부과라는 사실을 놓치곤 한다. 조세와 부담금은 강제부담이라는 공법상의 금전급여의무인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조세는 국가나 공공단체의 일반수입을 목적으로 일반 국민에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이라면 부담금은 특정사업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해 사업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 부과하는 것 등에서 차이가 있다. 과밀부담금처럼 각종 부담금은 일종의 수익자 부담원칙이 반영된 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래에 실현될 이익을 사전에 평가해 환수하는 것을 운용원리로 삼는다.
도시계획에서 공공기여나 기부채납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익 미실현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초과 개발이익을 어떻게 평가하고 과잉금지 원칙 등에 어긋나지 않게 부과하느냐가 중요하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잠재적 평가이익이 아니라 시세를 기반으로 한 실현이익을 토대로 시공원가·토지원가 등을 따져 매기는’ 부담금이다. 납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담금은 과세와 중복되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각각 근거 법의 목적과 대상이 다르다. 또한 정상적 상승분을 초과하는 가격에서 비용을 제외한 것을 이익으로 간주하고 그 크기에 따라 비례적으로 부과하는 만큼 환수제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공공정책인 도시계획으로 발생하는 재건축의 초과이익을 환수해 지역 환경 개선과 같은 용도에 충당하는 것은 이익을 얻은 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제 일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양극화되는 부동산 시장에서 환수제 대상이 되는 재건축 단지가 속출할 것으로 본다면 시장 안정화와 부동산 부의 불평등 완화를 위한 환수제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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