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에 가까울 만큼 쏟아지는 뷰티프로그램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점차 적지 않은 피로감을 느껴야 했고, 뷰티프로그램의 인기가 가장 정점에 치달았을 때와 비교하면 ‘예전만 못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가 출연한 ‘메이크업 박스’, 차예련-안영미-허영지가 출연한 ‘뷰티사관학교’, 한채영의 ‘화장대를 부탁해 시즌2’, 최근 종영한 송지효의 ‘뷰티뷰’를 포함해 지난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겟잇뷰티 2017’, ‘팔로우미 8’, ‘주제파티’까지. 2016~2017년 역시 수많은 뷰티프로그램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렇다면 이처럼 지속적으로 뷰티프로그램들이 제작되어 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뷰티프로그램의 제작진 A씨는 “요즘은 ‘의식주’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서 한 단계 나아가 더 건강하고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뷰티 프로그램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며 “한류 열풍과 함께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스메틱 브랜드의 성장과 동시에 관련 뷰티 프로그램들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의 언급처럼 뷰티프로그램은 단순히 정보 전달이나 재미만을 추구하는 등의 1회성 소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뷰티 및 코스메틱 산업을 이끄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뷰티프로그램에 노출된 제품은 ‘겟잇뷰티 수분크림’, ‘팔로우미 코팩’ 등 금세 프로그램의 이름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실제로 뷰티프로그램들을 즐겨본다는 시청자 B씨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뷰티 아이템들이나 노하우를 알 수 있어서 지속적으로 챙겨보는 편”이라며 “방송에 제품명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아도 어느 제품인지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인상 깊었던 아이템들은 실제 구매해서 써보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제품개발을 담당하는 C씨는 “뷰티프로그램에 제품이 나가면 확실히 홍보효과가 있다”며 “뷰티프로그램 방영기념으로 소개된 제품이나 라인을 할인하면 그 기간동안 판매량이 월등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전문가 이상의 뷰티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시대다 보니 제품력 이외에 시각적인 효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소비자가 봤을 때 신선하게 느끼는 제형이라든지, 영상 및 콘텐츠로 풀기 좋은 아이템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제품이 방송에 노출되었을 때 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전했다.
“뷰티프로그램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일부 시청자들의 말처럼 그동안의 뷰티프로그램들은 진행자나 패널이 다를 뿐 대부분 전문가가 나와서 메이크업 등을 시연하거나 유명 셀럽이 등장해서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템을 소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는 곧 나름대로의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시청자들에게 ‘몰’개성으로 비춰지며, 뷰티프로그램의 하락세에 큰 요인이 됐다.
결국, 뷰티프로그램 사이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점차, ‘보는 뷰티’에서 ‘하는 뷰티’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이야기다.
제작진 A씨는 “뷰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시청자들도 자신에게 적합한 스타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에 뷰티 프로그램도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며 “이전에는 정보 전달 위주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유형별 맞춤형 시연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4월 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뷰티스카이2’의 허승우 PD 역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독하게 써보고 진짜만 골라줄게’라는 슬로건의 ‘뷰티스카이2’는 MC 3인방이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뷰티멘토가 되어 줌을 뜻하고 있다”고 밝히 바 있다. ‘뷰티스카이2’는 MC 2명이 실제 메이크업 대결을 펼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SNS 생중계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차별성을 꾀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남성 스타들이 직접 메이크업을 해준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립스틱 프린스2’와 첫 공중파 뷰티프로그램인 ‘스타일 팔로우’, ‘김민정의 뷰티크러쉬’ 등 론칭을 앞두고 있는 뷰티프로그램까지 일방적인 정보제공이 아닌 시청자와의 상호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이를 통해 그동안 이탈했던 일부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다시 끌어 모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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