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러 전날 집을 비웠으니 이달 12일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돌아온 지 18일 만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이달 10일부터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 앞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켜왔다. 이날 새벽 삼성동 자택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 5명은 넋이 나간듯한 표정을 지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접한 팬클럽 ‘근혜동산’ 김주복 회장은 오전 3시45분께 삭발을 했다. 한 여성 지지자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연신 내쉬며 박 전 대통령의 집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서울중앙지검 서문 인근에는 지지자 10여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법원과 검찰을 향해 “벼락 맞아 죽을 놈들”“계엄령 선포되면 다 죽는다”“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소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동 자택은 정치적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돼 내리 5선을 했다. 정치권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자리에도 올랐다.
1979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잃고 청와대를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중구 신당동, 성북구 성북동, 중구 장충동 등 서울 강북의 거처에 살다 1990년부터 삼성동 자택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정치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을 칩거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삼성동 자택은 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93년 수필집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을 발간하고 나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동 자택에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도와주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지만, 각종 공과금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관리해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동 자택의 유선전화는 박 전 대통령을 1998년 국회 입성 때부터 그림자처럼 수행해오던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 비서관의 명의로 개설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집으로 안 전 비서관의 이름이 찍힌 요금명세서가 배달된 게 언론에 포착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은 2002년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출입기자들을 초청하며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당 대표 시절에도 몇 차례 기자들을 집으로 불러 식사를 했다.
2013년 2월 25일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을 올리면서 청와대로 33년 3개월 만에 복귀하고 난 뒤 삼성동 자택은 4년 넘게 비어 있었다.
그러다 이달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됐고 삼성동 자택은 꼬박 사흘 넘게 내부를 보수하고 12일 밤 돌아온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18일만에 또다시 떠나면서 삼성동 자택은 빈집이 됐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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