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고교 자퇴생 A(17)양은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부모가 선임한 변호사 입회하에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지난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B(8)양을 꾀어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하고 흉기로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날 오전 조사에서는 일체 모든 범행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버티다가 오후 들어서는 범행 과정과 시신훼손 방법 등에 관해 일부 말했다.
A양은 B양의 시신을 훼손할 때 집에 있던 흉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일면식도 없는 B양을 자신의 집에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했는지 등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
A양은 피해자 B양은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다른 동에 사는 이웃으로, 엄마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빌리려던 B양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부모의 실종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에 의해 사건 당일 오후 10시 30분께 아파트 옥상 물탱크 건물 지붕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양의 목에서 끈에 의한 삭흔(목 졸린 흔적)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A양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17세 소녀가 8살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한 이번 사건과 관련 용의자의 ‘해리성 장애’를 의심 중이다.
해리성 장애란 평상시에는 통합되어 있는 개인의 기억, 의식, 정체감, 지각기능 등이 붕괴해 와해된 행동상태를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살인 방식이 상당히 치밀한 부분들이 있다”며 정신분열을 뜻하는 ‘조현병’보다 ‘해리성 장애’일 가능성을 말했다.
이 교수는 “기억이 안나는 증세가 있는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다”며 “(해리성 장애의 경우) 지배적인 성격이 나타날 때 다른 성격이 한 일을 기억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상민기자 ksm383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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