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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내 나이가 어때서"…'시달남'부터 '아는형님'까지 예능도 '아재' 열풍

‘아저씨의 낮춤말’이라는 사전 속 정의처럼 비하의 의도를 담고 사용되던 ‘아재’라는 단어가 최근 방송가의 중심 유머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촌스럽고 권위적인 일명 ‘꼰대’ 이미지를 떠올리던 과거와 달리, 언제부턴가 ‘아재’라는 단어는 동시대를 공유한 40대 이상의 공감을 얻는 것은 물론 젊은층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며 ‘아재파탈’, ‘아재크러쉬’ 등의 신조어까지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사진=tvN ‘시간을 달리는 남자’ 방송 캡처




그 가운데 지난 31일 첫 방송된 tvN ‘시간을 달리는 남자’는 프로그램 전면에 ‘아재’라는 코드를 내세우며 눈길을 끌었다. 평균 연령 42세의 여섯 아재들이 2030 세대의 트렌드, 시사, 상식 등의 퀴즈를 풀며 아재가 아닌 젊은 오빠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실제로 출연진들은 ‘ㅇㅈ’이라는 신조어가 뜻하는 의미를 묻는 퀴즈에서 각종 오답을 쏟아내는가 하면 게스트로 나온 라붐의 이름에 대한 힌트로 소피 마르소가 주어졌을 때도 아재스러운 답변을 제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아무 말 대잔치’는 그들의 아재스러움을 더욱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낯선 세계와 마주한 아재들의 이야기는 최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도 등장했다. 나름대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산다고 자평하는 멤버들이었지만 PC방에서 음식 주문을 하기 위해 쩔쩔 매고, 최신 유행 게임을 즐기기 위해 ID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한 이들의 ‘웃픈(웃기고 슬프다의 줄임말)’ 상황이 연출됐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조금 뒤처져있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유발했다면 ‘삼시세끼’ 유해진이나 ‘신서유기’와 ‘아는 형님’ 강호동, 이수근은 보다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종일관 아웃도어 웨어 패션을 고수하며 외형적으로도 전형적인 아재의 모습을 발산했던 유해진은 ‘삼시세끼’를 통해 박학다식한 ‘뇌섹남’의 매력을 어필하면서도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아재개그를 뚝심 있게 선보이며 웃음을 유발했다.

가령, “읍내에 짜장면 집이 읎네?”, “영상통화는 그렇고 영하통화는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개그는 묘한 중독성까지 자아냈다. 특히, 까마득한 후배 남주혁과 함께 소통하고 가족처럼 동화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 역시 바로 ‘아재개그’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사진=tvN ‘신서유기3’ 방송캡쳐


‘신서유기’와 ‘아는형님’ 속 강호동과 이수근 역시 결코 수직적이거나 위압적이지 않은 친근한 아재의 모습으로 시청자와 마주하고 있다. 오히려 송민호, 규현, 김희철 같은 후배들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구박을 받기까지 한다.

물론 두 프로그램이 사랑받았던 이유에는 그들이 가진 예능감도 한 몫 했겠지만, 두 사람이 가진 ‘아재 코드’가 출연자간의 다양한 연령층과 성향이 하나로 묵일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한 것도 있다. ‘신서유기 3’ 10회 방송분에서 강호동이 “내가 아무리 친구처럼 해달라고해도 막내가 어려워하면 내가 어른이 되고, 막내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면 나도 젊어진다. 철드는 게 제일 무섭다”고 설명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그들이 ‘선배님’이 아닌 ‘형님’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친근함과 소탈함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 외에도 ‘뭉쳐야 산다’, ‘미운 우리 새끼’, ‘꽃놀이 패’ 등 프로그램도 아재 코드와 결합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렇듯 아재 코드가 주류의 흐름에 서게 된 이유는 가장 먼저 40, 50대 남성층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0년에 약 417만 명이던 40, 50대 남성은 2015년 870만여 명으로 2배 정도 증가했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다양한 계층이 의견을 내는 사회적인 분위기의 변화, 긴 문장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는 SNS의 성향과 아재 개그의 만남이 더해지면서 아재를 향한 시선은 더욱 집중됐다. 물론 일각에서는 쿡방, 먹방처럼 아재 소재 역시 일시적인 유행일 뿐이라고 평하고 있다. 문화, 사회적인 중요 화두로 떠오른 ‘아재’ 코드의 흐름이 보다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에서 접근하는 후속작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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