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표현하며 자신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처와 분노를 치유하기 위한 제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2·12와 5·17에 대해서는 시대적 상황이 부른 현대사라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은 출간을 앞둔 ‘전두환 회고록’에서 “지금까지 나에게 가해져 온 모든 악담과 증오, 저주의 목소리는 주로 광주사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처와 분노가 남아있는 한 그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이 없을 수 없다고 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광주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원죄가 됨으로써 그 십자가는 내가 지게 됐다. 나를 비난하고 모욕주고 저주함으로써 상처와 분노가 사그라진다면 나로서도 감내하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의 유죄를 전제로 만들어진 5·18 특별법과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에서조차도 광주사태 때 계엄군의 투입과 현지에서의 작전지휘에 내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집요한 추궁이 전개됐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더욱이 “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발포명령’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2·12와 5·17에 대한 견해를 처음으로 드러냈다. 그는 “어떤 이들에게는 아직도, 12·12와 5·17이 내 사적인 권력 추구의 출발점이라고 단정되고 있겠지만 나를 역사의 전면에 끌어낸 것은 시대적 상황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순리에 따른 절차에 얽매여서 사후의 책임 추궁과 비판을 두려워해서 때를 놓치면 자칫 수습할 수 없는 재앙을 맞게 된다”며 “역사적 인물의 등장은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역사가 사용한 하나의 도구였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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