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 알려주는 ‘3차원 압력 센서’가 개발됐다. 손가락이 스치는 가벼운 힘부터 사람 몸무게로 누르는 큰 압력까지 하나의 센서로 감별 가능하다.
UNIST 신소재공학부의 박장웅 교수팀은 공기를 이용해 압력 센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 중인 압력 센서의 경우, 민감도는 높지만 압력을 감지하는 범위가 좁아 특정 목적에만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터치 패널이나 의학 진단, 로봇, 자동차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려면 넓은 범위의 압력을 한번에 감지할 수 있는 압력 센서가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넓은 범위의 압력을 위치별, 강도별로 감지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기반의 능동구동형 압력 센서 집합체(array)를 제작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압력 센서는 반으로 접을 수 있는 기판에 한쪽에 그래핀 채널, 금속 나노와이어 전극, 공기를 가둘 수 있는 탄성체를 제작하고 반대쪽 면을 뚜껑처럼 덮어서 공기를 가둔 구조로 돼 있다. 이 구조에서는 가둬진 공기층이 ‘유전층’이 돼 넓은 범위의 압력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박장웅 교수는 “공기를 트랜지스터의 유전층으로 사용하면 유전층이 그래핀를 깨끗하게 감싸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트랜지스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며 “가해준 압력에 따라 공기층의 두께가 달라지는 점을 이용하면 압력을 효과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특히 능동구동형(active-matrix) 압력 센서 구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압력이 발생한 위치에만 전기를 흘려 신호를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 전면에 전류를 흘리고 압력 신호를 살피는 수동구동형에 비해 전력 소모도 적고 반응 속도도 빠르다. 또 이번 공정에 사용된 기판과 채널, 전극배선 물질은 모두 투명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 센서로도 제작할 수 있다.
공동 제1저자인 지상윤 UNIST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치는 정도의 낮은 압력(10kPa 이하)부터 사람 체중을 싣는 높은 압력(2MPa 이상)을 동시에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3차원 터치 패널이나 사람의 체중 분포를 측정해 생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 운동화’ 등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압력 센서의 한계점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같은 다른 전자소자와 압력 센서를 결합시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차세대 투명 전자소자에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연구”라고 의미를 짚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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