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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사양산업은 없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경제성장률이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선·해운·건설을 가릴 것 없이 구조조정이 진행되다 보니 실업률도 높다. 실질소득은 떨어지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고소득층이든 저소득층이든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감안하면 소비 위축세는 장기화될 것 같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도 올지 모른다.

저성장·고실업·저소득·저소비 시대에 누군가 “값비싼 명품 대신 값싼 옷을 팔아서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그 말을 믿겠는가. 일본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 유니클로 창업주인 야나이 다다시가 바로 그 사람이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디플레이션 시대에, 명품도 아닌 ‘1만~2만원짜리 싸구려 옷장사’만으로 지난 2009년부터 일본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 유니클로는 1998년에야 도쿄에 수도권 첫 매장을 열었고,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 18개국에 약 1,8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의류업체다. 원래 의류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창출이 어려운 ‘레드 오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의류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인식해왔다. 사양산업에서 일본 최고의 부자가, 글로벌 초일류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라고 하면 대부분은 첨단산업이나 경쟁이 없는 ‘블루 오션’을 찾으려 한다. 사양산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의 80%가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경쟁이 극심한 포화된 시장에서 나왔다. 이들 억만장자의 사업 아이디어는 무작위적이고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고객의 경험으로 만드는 기획력이 탁월했다. 또한 그들의 성공은 혁신에 기반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장기를 지나 쇠퇴하는 단계에 접어든 산업이라는 뜻이기에 남 따라가서는 망하기 십상이다. 사양 산업군에 속하는 산업일수록 혁신이 중요하다. 유니클로는 일본에서도 최고의 ‘가치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건설산업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건설투자 비중이 줄어든다, 정부 사회간접자본(SOC)예산도 계속 줄어든다, 인구감소로 주택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비관적인 이유를 들이댄다. 실상은 다르다. 전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건설기업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아이템도 상당수가 건설산업의 몫이다. 하지만 별다른 혁신 없이 기존의 사업관행에만 매몰돼 있는 건설업체는 미래가 없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진다면 건설산업에서도 유니클로가 탄생할 수 있다. 성장하지 않는 산업은 사양산업이어서가 아니라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사양산업이란 없고, 사양기업만 있을 뿐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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