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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귓속말'X'역적', '도적' 코드로 물든 월화 안방극장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세상, 그래서 쉽사리 웃을 일 없는 조금은 암담한 세상.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과 ‘귓속말’은 마냥 드라마 속 허구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꽤 묵직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인물 및 사건 뿐 아니라 시대 배경도 모두 다른 두 편의 드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공통분모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두 작품에서 등장하는 ‘도적’이라는 코드에서 찾을 수 있다.

/사진=MBC ‘역적’ 방송 화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적’이라는 한 단어는 ‘역적’과 ‘귓속말’의 중심 골자로 흐른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도적’이라는 단어를 내건 ‘역적’은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하는 드라마로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 가운데, 이전 수많은 작품을 통해 구현되었던 신출귀몰하고 축지법, 분신술에 능한 흡사 도인과도 같던 홍길동의 모습과는 다른 시점에서 접근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는 홍길동이 왜 스스로 도적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홍길동이 백성들의 신망을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인물의 내면과 사회적 관점에 집중해서 접근하고 있다. 드라마의 제목에 ‘홍길동’이 아닌 ‘백성을 훔친 도적’을 내건 것도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 홍길동이 스스로 시대의 역적이자 도적을 자처했다면, 시대를 훌쩍 뛰어 넘은 ‘귓속말’은 현대판 도적을 철저하게 소탕하기 위해 나서는 것으로 시점을 달리한다. 국내 최대 로펌 ‘태백’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적에서 동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법비(법을 악용한 도적, 권력무리)를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은 속삭임에도 귀 기울여 들어보자는 메시지를 주고자 ‘귓속말’이라고 제목을 지었다”는 이명우PD의 연출의도처럼 권력을 가진 자들의 큰 목소리가 아닌 이 세상에서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작은 속삭임을 결탁과 배신을 반복하는 인물들의 심리전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를 통해 극적으로 그려낸다.

/사진=SBS ‘귓속말’




‘도적’이라는 주제를 내건 만큼 ‘역적’과 ‘귓속말’은 부조리가 만연한 현 시대에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하는 것으로 궤를 함께 한다.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절대적인 허기보다 정신적인 허기가 만연한 상황 속에서 드라마 속 등장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반란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자아낸다.

특히, 작년부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이르는 사건과 맞물리며 두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국가 기밀도 서류로 들고 나가는 세상입니다”라는 명확하고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법과 권력을 이용해 대한민국 사회를 주무른 기득권층에 일침을 가하는 ‘귓속말’ 뿐 아니라, ‘역적’ 역시 왕족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온갖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는 충원군의 모습을 통해 현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지난 3일 방송된 ‘역적’ 19회에서는 홍길동의 일행들에게 당한 사또의 “내가 이러려고 사또가 됐나. 자괴감 들어”라는 코믹한 대사는 같은 맥락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으로 남을 예정이다.

‘사랑’, ‘남녀상열지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간의 군상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팽배한 현 시점에서 등장한 ‘역적’과 ‘귓속말’은 시청자들에게 ‘사랑’ 그 어귀쯤을 맴도는 또 다른 흐름을 제시한다. 중후반부를 달리고 있는 ‘역적’과 이제 막 출발을 알린 ‘귓속말’의 향후 전개가 어떤 통쾌함을 선사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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