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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사회적 기업의 오해와 진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경영전략 전공

사회성·이익 두 토끼 추구…핵심은 '착함' 아닌 '혁신'





최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높아진 관심과는 달리 사회적 기업에 대한 오해도 아직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유독 사회적 기업을 그냥 ‘착한’ 기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착하다’는 것은 이익을 내지 않고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기업으로 보는 견해다. 이 글은 이런 사고가 한국인 특유의 따듯한 마음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순진한 생각이며 자칫 한국의 사회적 기업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취약계층만 돕는 헌신하는 기업?

발전에 장애 요인…성공전략 일반기업과 같아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서 수익창출 노려야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취약계층(저소득층 또는 장애인)을 목표시장으로 하거나 그들을 고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 사회적 기업을 인증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유럽의 영향을 받아 영리기업뿐 아니라 비영리까지 사회적 기업의 범주에 넣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깜짝 주목을 받게 된 원인은 이들이 ‘사회성’을 추구하면서도 ‘이익’을 낸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이윤)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사회적 기업이야말로 사회적 기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예가 우리나라 미소금융의 벤치마킹 대상이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다. 이 회사는 그간 정부 도움 없이 가난한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창업자금을 빌려주고도 높은 상환율을 보이며 이익을 냈다. 즉 이들은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는 동시에 돈까지 벌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국내에는 그라민이 ‘착한 기업’으로만 널리 알려졌지 그 수익창출의 원천에 대한 질문은 많지 않았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사기업보다 더 처절한 ‘혁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난한 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거나 이들을 고용해 경쟁하므로 일반 기업들보다 더욱 악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라민뱅크만의 혁신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특유의 ‘집단 보증 시스템’을 통해 대출상환 문제를 해결했다. 즉 몇 명의 대출자가 한 조를 이루고 그 조의 모든 사람들이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어느 누구도 추가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시스템으로 소위 ‘동료로부터의 압박(peer pressure)’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 놀랍지 않은 노하우지만 이것이 수익창출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미소금융을 비롯해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과연 이런 ‘혁신’을 갖춘 후에 사업을 시작했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대부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어 지원이 끊길 경우 독립적인 운영 자체가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2015년도 국내 사회적 기업 중 약 75%가 손실을 보고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혹시 소외된 이웃을 돕겠다는 뜨거운 가슴으로만 출발하고 차가운 이성에 근거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사회적 기업의 성공전략도 일반 기업의 성공전략과 다르지 않다. 시장에 통할 수 있는 ‘혁신’이 중요한 것이다. 일례로 200만원씩 하는 보청기를 34만원에 파는 딜라이트보청기 회사는 국내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의 예로 꼽힌다. 저소득층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업모델에도 ‘혁신’이 있기에 이런 저가 공급이 가능했다.



모든 기업엔 사회성 있다

라면은 싼 가격에 제공하지만 전 계층 즐겨

이익내며 사회 각 부분에 기여…‘선함’ 내재



그런데 생각해보면 취약계층을 위해 이런 혁신적으로 저가의 제품을 내놓은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라면 회사는 어떠한가. 라면은 출시 당시에는 혁신적 제품으로, 싼 가격으로 저소득층에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해왔다. 라면 회사야말로 사회적 기업이 아닌가. 만약 누가 ‘라면을 먹는 사람들은 저소득층뿐만이 아니라 부자들도 먹는다’고 반박한다면 그것은 라면 회사의 사회성이 일반 사회적 기업의 범위보다 더 넓고, 더 ‘사회적’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회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목표시장이 저소득층에 국한된 기업과 저소득층·중류층·상류층을 포괄하는 기업, 둘 중 어느 기업이 더 넓은 사회성을 갖는가.

뭔가 혼란스럽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단 한 가지의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모든 기업은 사회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물론 악덕기업과 독점기업을 제외하고). 모든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의 각 부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기업만 선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상대로 혁신적 제품을 제공하고 이익을 내며 봉사하는 모든 기업들도 사회적이며, 따라서 선하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경영전략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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