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성지’ 대구가 흔들리고 있다. 대선 진영이 완성됐지만 대구의 민심은 안철수·홍준표 후보 사이에서 길을 잃은 모양새다.
5일 동대구역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자신을 ‘반문(반문재인)’이라며 “(보수 진영의) 홍준표·유승민 당선 가능성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 이번에는 안철수를 찍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구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지역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조모씨는 “노무현도 청문회 때만 해도 참 좋았는데 대통령에 오르고 나서 돈 받은 게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느냐”며 “친노 적자인 문재인이 이에 대한 해명 없이 적폐청산을 주장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문 후보에 대한 반감 정서에 사표 방지 심리가 결합되면서 대구 시민들의 시선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로 향하는 기류다.
40대 택시 운전기사 안모씨는 “주변에 친구들도 사표는 방지해야겠고 문재인 되는 건 막아야 하다 보니 덜 좌파적인 안철수를 찍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홍준표가 경남지사를 하면서 지방 부채를 감축하는 등 잘했다고 하나 지지율이 낮아 아쉽다. 안철수랑 단일화하면 좋은데 서로 완주하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대구경북(TK) 적자’를 놓고 홍 후보와 설전을 벌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 대해서는 ‘배신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서문시장을 찾은 60대 박모씨는 유 후보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산다면서 “지역구 의원이기는 하지만 자신을 키워준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한 것은 배신”이라며 “홍준표를 지지하지만 막상 투표장에 가서는 문재인에 맞서 될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아예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대에서 만난 스무살 박모씨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지만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최순실 사태 이후 정치적 무관심만 더 늘었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 역시 “시장 상인들을 둘러봐도 ‘반문’ 때문에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투표장에서 안철수를 찍을지는 미지수”라며 “딱히 투표하고 싶은 사람이 없어 올해는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대구는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대구에서만 80.1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17대 대선에서는 69.4%의 대구 시민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대구=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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