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낮(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도착함으로써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화민족 부흥’를 강조하는 시 주석 간의 1박 2일간에 걸친 진검승부의 막이 올랐다. 전 세계의 이목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로 쏠린 가운데 두 정상은 25시간에 걸친 시 주석의 플로리다 일정 동안 북핵 해법부터 무역 불균형, 남중국해 문제 등 민감한 핵심 이슈들에 대한 밀도 높은 논의에 돌입하게 된다.
주요 외신들은 상당 기간의 실무접촉에도 양국의 입장차이가 확연하지만 두 정상의 직접대면을 통해 일부 이슈별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에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두 정상이 실질적 또는 선언적 수위의 각종 협상 카드를 제시하며 의견차이를 좁혀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선공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날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대화와 제재 양면의 대북 유화책을 고수해온 시 주석의 입지가 좁아진 반면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 호기를 이용해 회담 전반을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북핵 해법과 관련해 미국은 대북제재가 실효성을 띠려면 중국이 추가 제재에 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최후통첩’을 날린 만큼 이번 회담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책임론을 강조하며 시 주석을 강력히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5일 북한과 교류하는 중국 기업 및 단체·금융기관들을 동일하게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화의 초기 의제’라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과의 대화 해법을 고수하지만 일각에서는 점증하는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여론을 감안해 시 주석이 진일보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무역 불균형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기싸움은 이번 회담에서 타협점이 도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대중 무역적자를 지적하며 중국의 환율조작을 비난해왔다. 회담을 앞두고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무역적자 구조 조사와 반덤핑관세 강화 방안 등을 담은 무역 관련 행정명령 2건에 서명하는가 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의 ‘비시장경제(NME)’ 무역 지위를 검토한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중국을 압박해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규모 대미 인프라 투자 선물을 내미는 동시에 위안화가치 절상과 시중금리 인상 등 지금까지 펴온 경제정책을 설명하며 미국의 공격을 막아낼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이 이번 협정에서 2013년 실질협상에 착수했던 미중 양자투자협정(BIT)의 로드맵을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간 대립구도가 분명한 남중국해 문제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슈다. 다만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에 대한 직접적 반발을 자제해왔고, 특히 민감한 안보 이슈라는 점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된 미국의 중국 달래기에 화답하는 선에서 논의가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밖에 트럼프 행정부가 백지화하려는 기후변화협약도 양국의 의견차이가 예상되는 이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번 회담은 세계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미국의 신고립주의 전환 이후 맞붙는 최초의 자리”라며 “자존심 등을 앞세운 양국 기조를 감안할 때 탐색전에 그치는 선언적 회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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