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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련, 다시 피는 꽃’, 전통과 현대의 결합…관객들 心에 꽃피울까(종합)

전통공연이라고 지루하기만 하라는 법이 있을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안무 영상’을 검색해보는 것은 익숙해도, ‘무용극’을 보는 것엔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적격인 공연이 나타났다. 유려한 동작과 물 흐르듯 이어지는 동선들이 아이돌의 그것 못지않게 화려하고 다채롭다. 한국적 서사와 무용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련’이 꽃 피워낼 준비를 마쳤다.

2017 정동극장 전통시리즈 ‘련蓮, 다시 피는 꽃’(이하 ‘련’) 프레스콜이 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정동 정동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박춘근 작가, 김충한 연출 겸 안무가, 김태근 작곡가 등 주요 창작진과 손상원 극장장이 참석해 ‘련’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조하늘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련蓮, 다시 피는 꽃’ 프레스콜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련’은 한국 무용을 기반으로 한 전통공연이다. 가상의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왕과 궁중 제일 무희 서련, 그녀를 사랑하는 무사 도담의 사랑과 이별, 전쟁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중 무용을 덧입혔으며 ‘헌화가’, ‘연담가’ 등 노랫말이 있는 곡을 삽입해 뮤지컬적 요소를 추가했다.

김충환 연출은 먼저 “3~4년 전 정동극장에서 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 오랜만에 손상원 극장장님께서 불러주셔서 신명나게 작업을 했다. 아주 반갑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련’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춘근 작가도 “오늘 드디어 ‘련’이 제대로 피는 날인 것 같다. ‘련’이 봄에 꽃이 필 때부터 가을에 질 때까지 하는 것으로 아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한다. 계속 다시 피어났으면 좋겠다”고 훈훈한 바람을 드러냈다.

2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동극장은 올해 운영 방향으로 ‘다양한 전통공연을 만나는 전통공연의 메카’를 선포했다. 앞서 ‘적벽’을 무대에 올린 후 두 번째 전통공연으로 ‘련’을 선택했다. 손상원 극장장은 이에 대해 “정동극장은 기존에도 한국 무용을 중심으로 표현했다. 앞 작품 ‘적벽’과 마찬가지로 전통공연이 갖고 있는 요소들을 다양하게 무대화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벽’은 판소리와 현대무용의 결합이었다면 ‘련’은 한국무용을 중심으로 한다. 무용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올해 연말까지 세 작품 정도를 더 선보이려고 한다. 그 작품들도 한국 전통의 공연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부각시켜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배우 전진홍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련蓮, 다시 피는 꽃’ 프레스콜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정동극장은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동극장이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계승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통의 요소들을 무대화하고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다.

김충환 연출은 이 같은 전통의 현대화과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련’에는 악과 무가 다 들어있다. 전통 문화가 갖고 있는 모든 소스가 포함됐다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우리가 접했던 판소리나 해금, 대금, 북 등 악기와 일무, 태평무, 무당춤, 북춤 등 우리의 춤까지 모든 게 다 창작됐다. 옛날 것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루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새롭게 만들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얼굴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김충환 연출의 말대로 ‘련’은 이야기 자체에 한국적 서사를 담았다. 삼국사기의 ‘도미부인’과 제주 서사무가 ‘이공본풀이’를 결합했다. ‘도미부인’은 왕의 탐욕을 기지로 이겨내 부부애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이공본풀이’는 종살이에 시달리다 죽임을 당한 아내를 남편과 아들이 서천 꽃밭의 되살이꽃으로 되살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화려한 군무로 볼거리를 더했다. 김충한 연출은 전통 무용의 고유함은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살려내는 데 집중했다고. 여성 무용수들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짓부터 남성 무용수들의 절도 넘치는 칼군무가 감탄을 자아낸다. 무용수들의 배열 변화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궁중 왕실 연희만의 화려함을 펼쳐보였다. 한국 전통 춤사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배우 박진경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련蓮, 다시 피는 꽃’ 프레스콜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전통연극이라 해서 내국인들에게만 어필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이국적인 춤과 노래가 외국인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도 있다. 여기에 쉬운 스토리도 한 몫 한다. 손상원 극장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어떤 강점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대사가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간단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한국 무용의 다채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손 극장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관광시장이 많이 변했다. 저희 극장의 미션은 한국을 찾는 분들에게 전통공연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 관객들도 한동안은 정동극장에 잘 찾아주지 않으셨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공연을 편한 콘셉트로 꾸미는 등 노력 중이다. 뮤지컬 보듯 전통공연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동극장은 지난 1995년 개관 이후 한국 전통예술의 입문장으로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통공연을 선보여 왔다. 2017년을 맞아 ‘다양한 전통공연을 만나는 전통공연의 메카’를 운영 방향으로 선포했다. ‘정동극장 전통시리즈’, ‘창작ing’ 등 다양한 변주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통시리즈’ 중 하나인 무용극 ‘련’은 오는 10월 29일까지 공연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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