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사흘 만에 1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들인 것은 무엇보다 기존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반감과 실망을 반영한 결과다. 인터넷은행은 거래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주력상품의 금리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도 30~40대 고객은 창구에 편하게 앉아 이자나 수수료만 챙기는 기존 금융권의 방만한 영업행태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케이뱅크가 영업시간 제한이나 번잡한 거래절차 같은 금융 관행에 과감히 혁신의 메스를 들이댔다며 열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죽하면 네티즌들이 대통령도 손대지 못했던 보안체계를 뜯어고친 인터넷은행이 꼭 성공해야 한다며 응원하고 나섰겠는가.
물론 인터넷은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예상을 웃도는 자금 수요에 따른 자본금 확충부터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기존 은행과 다를 게 뭐냐며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권은 산업자본이 의결권 지분을 4% 이상 갖지 못하게 하는 ‘은산(銀産) 분리’의 족쇄부터 하루빨리 풀어줘야 마땅하다. 그래서 반쪽짜리 은행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고객 서비스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도록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비단 금융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경쟁을 거부하며 낡은 기득권에 안주하겠다는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니다. 진정한 시장경쟁과 개방을 통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신성장 돌파구를 찾으려면 인터넷은행 같은 경쟁체제를 과감하게 확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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