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 분야의 한 고위 당국자는 7일 “이번 회담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한국의 외교적 입장이 크게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도 “회담 이후엔 다각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외교가는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계속해서 논의해야 할 과제’로 남겨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중국이 스스로 제재해 북한의 돈줄을 죄라고 요구하지만 중국은 이를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반면 중국은 북미 평화협상과 비핵화 프로세스를 동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6자 회담을 재개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한반도 정책의 큰 틀을 바꾸겠다고 결심해야만 가능한 일이어서 합의되기 쉽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진단이다. .
따라서 한국의 외교안보 당국은 일단은 현재까지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향후 추이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기존 입장이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꾼다는 내용이다. 주한미군의 고고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서두른다는 기존 방침 또한 유지될 예정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저촉되므로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다양한 경로로 전달할 계획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북한 제재를 강화하는 대신 미국은 선제타격론과 전술핵 재배치 논의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도 한 달 남은 권한대행체제의 정부는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불행하지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미·중이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에 전격 합의할 경우엔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렇게 되면 한국도 대북 및 대중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통일 분야의 한 고위급 전직 관료는 “북미 평화협정 추진 쪽으로 합의될 경우 한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니어서 향후 논의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고, ‘북한 제압’이라는 미국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에는 안보불안 수위가 급등할 수 있다”며 “두 경우 모두 외교안보 정책 변경이 필요한 중대한 변화여서 차기 정부에서 대응 방향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는 미·중 정상회담 종료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최고위급 전화통화를 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최고위급 대화는 다음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맹준호·류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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